늘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여행서적을 꽤 좋아하고 읽고 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영국으로가 기러기 엄마로 생활하면서 그곳의 일상들을 담은 내용이라고 해서 저자의 소소한 일상과 함께 영국의 풍경들을 볼 수 있겠다 싶어 읽게 되었다. 저자가 영국에 살면서 느끼는 이웃사람들과의 관계, 영국 사람들의 습성, 그리고 늘 흐린 영국의 날씨를 보면서 외로워하고 한국을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담겨있었다. 저자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상을 조근조근하게 말해주는 것은 크게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다. 아,,, 이런 삶을 살고 있구나 그런 느낌. 남의 일기장을 보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저자가 소개한 영국의 풍경들은 상당히 고풍스러웠다. 우리나라에서는 재수 없다며 이빠진 접시나 찻잔 등을 사용하지 않는데 반해 영국인들은 조상들의 숨결이 묻어 있어서 이 빠진 찻잔을 많이 쓴다는 것에 대해 전에도 들었었지만 검소한 그들의 삶들을 알수 있었다. 요즘에 내가 집에 대해 굉장히 관심이 많은데 영국의 오래된 건물들을 보며 이렇게 집을 지어놓고 살아도 괜찮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오래된 건물 위로 늘어진 초록빛 나무들과 현관 양쪽에 울긋불긋 자잘한 꽃들이 피어 있는 모습은 참 정겹게 다가왔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구나. 삭막한 회색 콘크리트의 박스 속에 살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예쁜 집에서 살고 싶은 나는 그 건물들이 못내 부러웠다. 나는 여러 챕터 중에서 저자가 여행한 '작가의 고향을 찾아서' 편이 가장 좋았다. 아무래도 책을 좋아하는 이로서 작가의 고향을 찾아 그들이 글을 쓰고 살았던 곳을 보는 기쁨은 직접 가보지 못해도 대리만족을 느꼈다.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폭풍같은 사랑을 그렸던 브론테 자매나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오만과 편견』의 제인 오스틴의 생가나 기념관을 보는 기쁨이 컸다. 그리고 중학교때이던가 보았던 영화 '테스'의 작가 토마스 하디의 고향이나 엘리자베스 여왕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했던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생가까지 내겐 기쁨이었다. 저자가 몇 년째 그림일기를 쓴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저자의 몇 컷씩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었다. 나는 처음에 그게 마음에 와닿지 않고 굳이 글이 있는 걸 만화식의 그림을 넣을 필요가 있나 싶었다. 약간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들어 영국의 풍경들과 저자의 생각들을 담은 글이 있었다면 더 나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