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노벨 문학상을 발표할 때면 거론되어지는 이름이 고은 시인이다. 그 이름이 불리워지기를 나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혹시나 불려지겠지 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발표를 기다리고는 했었다. 물론 언론매체에서도 고은 시인 댁 앞에서 발표를 기다린다는 말을 전하고는 했었다. 다른 이름으로 발표되면 다들 아쉬워하는 모습이 보였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고. 그런데 솔직히 고은 시인의 시집을 읽어본 기억이 없는 것이다. 아, 이런. 어쩌면 시인의 시집 하나도 갖고 있지도, 읽어보지 않고 그의 노벨 문학상을 기다렸단 말인가. 왠지 죄지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사실 부끄러웠다. 그러다가 이번에 신문에서 시인의 아내에게 보내는 연시집을 발간했다는 기사를 보고 꼭 읽어봐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것도 제목이 아내의 이름을 딴 『상화 시편』이다. 이런 설레이는 제목을 보았나. 고은 시인의 문단 53년만에, 160여편의 시집 중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연시집이다. 1983년 5월 5일에 결혼하여 29년차 부부인 시인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초짜 연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지금도 가슴 설레이고 그리워하는 닭살 돋는 부부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아내한테 절대 못 읽게 할 시집이라고 했다고도 한다. 이처럼 서로 사랑하고 아직도 애달파 하는 모습이 참 부럽고 고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중앙대 영문학과 교수인 이상화 교수는 고은 시인의 시집을 영문으로 옮기는 일을 하고 계신다 한다. 아내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는 고은 시인의 아내를 향한 절절한 사랑을 보시라. 어느 별에서 왔을까 이상화 어느 별에서 왔느냐고 불쑥 묻지 말아요 어느 별에서 왔기에 우리의 사랑 이리도 끝없고 바닥도 없는 것이냐고 다그치며 묻지 말아요 이 행성의 한 점에서 내가 당신에게로 갈 때 이 행성의 한 점에서 당신은 내게로 온 것이에요 동시행동이었어요 당신의 점 속에 들어 있는 나 나의 점 속에 들어 있는 당신 그것은 우리의 별 우리의 우주 우주 무한팽창하는 우주 우리의 사랑은 무한팽창하고 있어요 무한이라고요 지금의 우주폭발 이전에도 그랬다고요 그리고 어느 별에서 왔느냐고 불쑥불쑥 묻지 말아요. 2011년 5월 5일 저녁 (14~15페이지) 고백 그곳에 수선화가 모듬모듬 피어 있듯이 새끼제비 주둥이 수선화꽃 피어 있듯이 그곳에 이끼가 끼어 한낮에도 어젯밤의 반지름이 남아 있듯이 그곳에 고사리들이 수군수군 모여 살고 있듯이 아무도 몰래 고사리 울음소리를 듣는 땅속 고사리 뿌리들이 쓰라린 어미로 살고 있듯이 그곳에 억새꽃들 휘날려 어디로 떠나는 듯이 그곳에 갈매기똥의 흰 바위가 밤이나 낮이나 파도소리에 선잠 깨는 듯이 나는 목마르다가 목마르다가 아내의 앞과 아내의 뒤에서 사뭇 서정과 서사의 경계를 넘었다 담 넘었다 울 넘었다 재 넘었다 56억7천만년 중에서 30년을 넘었다 샘물 무지무지하게 깊어 태초같이 김이 났다. (272~273 페이지) 고은 시인과 아내 이상화 교수의 시를 보면 정말 이제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의 모습이지 않는가. 열정적이고 서로를 존경하며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을 저절로 보인다. 출근하는 아내를 그리워하는 모습과 퇴근하는 아내를 위해 자전거를 타고 학교 앞으로 가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아내를 기다리는 시인의 모습은 나 역시 부러운 마음에 만면에 눈웃음을 짓는다. 자전거에 기대에 자신을 기다리는 아내의 모습은 또 얼마나 마음이 조마조마 할것인가. 오래 기다릴까봐 조급해하는 모습까지도 상상했다.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지. 어느 방송사의 15일간의 시베리아 기행 청탁이 있었을때도 아내와 함께 가기 위해 거절하고 이제 아내의 정년기념 여행을 위해 남겨둔 시베리아 여행을 2년 남았다며 기다리는 시인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시다. 결혼 29년차에서도 이렇듯 연시를 보낼 정도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내 결혼 모습을 들여다 보고 있다. 결혼 17년차, 나는 남편과의 사이가 좋은 편인데도 감히 고은 시인 내외분에게 대면 우리 부부는 아마 그 분들의 발치 저만큼쯤 있지 않을까 싶다. 시인 부부의 마음을 본받고 서로 배려하는 모습들을 닮고 싶다. 또 올해 10월이 되면 또 두 손 모아 간절히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을 받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