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하다
요조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그녀, 이강희.
어줍잖은 사랑을 하다가 실패하고 엄마와 단둘이 살던 청주생활을 정리한 후 친구들과 언니가 있는 서울로 오게 된다. 엄마를 빼고 유일한 피붙이라 생각하는 언니 재희는 강희와는 너무도 다르게 느껴진다. 차갑고 정적이고 똑똑하다. 그런 언니에게도 다정한 형부가 있었다. 서울에 온지 얼마되지 않아 언니의 방문으로 형부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간 곳에서 그, 차윤건을 만난다. 강희를 처음 본 윤건은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 하던 이가 그만두었다며 아르바이트 할 생각이 없냐며 묻는다. 이 남자 자신을 쳐다보는 눈길과 얼굴에 비친 웃음이 바람둥이처럼 생겼다. 청주에서 조그만 지역신문 기자로 일하다가 서울로 오게 된 강희는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었지만 연락 온데는 없고 해서 언니 몰래 형부의 친구인 윤건의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그가 한마디 건넬때마다 가슴이 콩콩 뛴다.


그, 차윤건.
그는 쬐그만 강아지 강이와 함께 살며 사람이 아닌 강이에게 주절거리는 걸 좋아한다. 한식 레스트랑을 경영하는 그는 어느 날 친구 김서훈의 부부와 함께 온 처제인 강희를 보고 왠지 마음이 가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일하기를 권한다. 그녀를 볼때마다 왜이렇게 가슴이 뛰는지. 서른하나가 되도록 어느 누구에게 가슴떨림을 느껴 보지 못했던 그에게 강희는 늘 설레임을 준다. 이렇게 가슴이 떨려도 되는지. 그녀를 만날때마다 이렇게 가슴 떨림을 주는 거라면 이게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설레인다는 말에 사귀자고 불쑥 말하는 강희가 너무도 좋다. 강희가 너무도 좋은 그는 강희에게 1박 2일로 낚시를 가자며 '고해성사' 할게 있다고 한다.


윤건이 가진 상처.
강희가 가진 마음속의 상처. 누구나 저마다 상처 한두 개 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밝게만 보였던 강희에게도 아픔이 있었던 것이다. 엄마를 버리고 다른 여자를 택한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윤건과 강희의 아픔은 약간 신파적인 요소를 갖고 있었지만 신파로 그리지 않아서 좋았다. 서로의 아픔을 극복하고 서로의 마음이 하나로 뭉쳐질 때 그려지는 느낌표. 한 번 만진 사람이 계속해서 애정을 갖고 만져주고 사랑해 주면 죽지 않는다는 '한없이 고독한 영혼을 가진 식물' 인 유추프라카치아처럼 서로에게 유추프라카치아가 되길 원하는 두사람. 


나는 이 나이가 되어도 풋풋한 사랑이야기 좋더라.
솔직히 이혼하고 사랑하고 이런 내용을 다룬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 만날때 가슴이 콩콩 뛸 정도로 설레임을 느끼는 그런 소설이 좋다. 예전에 내가 꿈꾸었던 사랑들을 소설 속에서 느끼고 싶어하는 내 소녀적 감성을 무시할 수가 없다. 나이가 먹어도 마음은 십대 소녀의 마음과도 같기 때문에 너무 강한 내용보다는 이렇게 잔잔하면서도 마음속에 한없이 다가오는 이런 사랑이야기가 좋다.


원래는 요조 작가의 다른 이야기를 먼저 만나려고 했는데 사정상 초기작이라는 이 작품 먼저 만나게 되었는데 느낌이 참 좋다. 강희와 윤건에게 느낌표가 마구 생겼듯이 나에게도 요조 작가의 글은 느낌표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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