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차일드
팀 보울러 지음, 나현영 옮김 / 살림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하나의 원이 있다.
도무지 알수 없는 원,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어떠한 이유로 있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원이 있을때 그 주위를 서성이는 기분. 무엇을 나타내는지 너무도 알고 싶지만 가르켜주지도 않고 진실은 저 만치에 떨어뜨려놓고 있어 그 궁금함이 참을 수 없을 정도에까지 다다른 기분. 무언가 잡힐듯 말듯 안타까움만 더해가는, 이 책의 느낌이 그랬다.


외딴 도로에서 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은 소년 윌이 있다.
왜 거길 갔었는지, 누가 그랬는지 알수 없는 그는 기억까지 잃었다. 사고가 났을때 어떤 소녀의 목소리와 검은 머리칼과 푸른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소녀의 환영이 있었을뿐. 사고가 난후 엄마 아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윌은 방안에 널려진 누군가를 그린 그림과 벽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사고 전의 윌은 누구였을까 생각하게 되고 자꾸 바다쪽으로 시선이 간다.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헤이븐스마우스 마을에 병이 들어있다며 헛소리를 하고 다녀서 정신이 나간 소년으로 오해를 받아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지만 자꾸 창 밖으로 보이는 마을의 바다는 핏빛을 머금고 있다. 자신의 앞에 자꾸 나타난 회색빛 그림자들은 커다란 입을 벌리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 또한 늘 자신의 곁에서 느껴진다. 그들에게 말을 건네는 모습을 보는 엄마 아빠는 누구랑 말 하느냐며 묻고 소년 윌은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는 부모에게 자세하게 말하기를 꺼려한다. 마을에 무슨 병이 들었는지, 마을의 암울한 기운이 점점 퍼져오고 그 비밀을 알고 싶은 윌은 자꾸만 바다로, 사고가 났던 곳으로 나가게 된다.


자신이 말을 건넸다던 떠돌이 크로와 크로와 같이 지냈던 조그만 소년 먹의 존재, 그리고 윌의 곁에서 말없이 도움을 주는 소녀 베스와 마을의 괴짜 신부님 존은 마을에 무언가 병이 들어있다는 윌의 말을 듣고 비밀을 밝혀내 가는데 윌은 또다시 목숨을 위협 받는다. 그림자들의 소리없는 아우성과 자신에게 나타나는 소녀의 환영은 자신에게 무슨 진실을 알려주고자 했을까.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야 드러나는 마을의 추악한 진실과 대면하게 된다.


인터넷 서점에서 『리버보이』라는 책을 보긴 했지만 이 작가의 이름이 팀 보울러라는건 인식하지 못했다. 이번에 그의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관심이 갔다. 장르 문학 중에서도 심리 스릴러라고 하면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장르이기때문에 꼭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제목 또한 『블러드 차일드』였다. 어떤 사정이 있길래 핏빛을 머금은 소년이었는지 궁금했고 표지속 소년의 눈빛이 너무도 시선을 끌었다. 청소년 문학의 대가답게 십대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마을 어른들의 추악한 모습을 향해 정면으로 맞서는 청소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년 윌이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여정을 같이 하며 친절한 겉모습을 가지고 추악한 내면을 감추고 있는 이들이 우리 주위에도 얼마든지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진실을 담고 있는 원. 그 동그라미 주위에서 맴돌며 숨을 죽이고 그 진실을 향해 다가가고자 했다. 그 진실들을 알기 까지가 마치 심연속에 깊이 가라앉았다 나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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