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두고 온 곳, 세계의 구멍가게 이야기 - 양장 이미경의 구멍가게
이미경 지음 / 남해의봄날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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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작가의 구멍가게 그림은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가 돌아갈 수 없는 곳, 그리운 시절의 그리운 장소에 관한 추억이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장소들에 관한 안타까움이라고 해도 좋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했던 공간이지만, 지금은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낮은 건물, 켜켜이 쌓인 물건, 조그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늙은 가게 주인. 무엇보다 구멍가게 그림에서 돋보이는 건 가게 옆의 커다란 나무다. , 여름, 가을, 겨울꽃이 활짝 피어 구멍가게에 밝은 빛이 쏟아지는 느낌을 주는 듯하다. 구멍가게는 그 지역 혹은 그 나라만이 가진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건물의 높이와 크기가 다르고, 배열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그렇더라도 그 물건과 건물 그리고 사람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의 결은 비슷하다.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에 이어 이번엔 세계의 구멍가게를 그렸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구멍가게가 가장 애틋하긴 하지만, 세계의 구멍가게 또한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낀 시간이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사람 사는 이야기가 풍긴다고 해야겠다. 가장 환한 모습으로 우뚝 선 구멍가게는 시간을 지나온 주인의 마음이 곳곳에 배어있었다. 그리고 작가의 따스한 시선이 있다. 우리는 작가가 그림을 그리며 느꼈던 감정에 동화되어 오래된 구멍가게에서 시름을 잊는다. 힘들었던 시간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것이다.


 






작가가 머문 도시, 낯선 장소에서 느꼈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산다는 것은 이처럼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낯선 장소에서 구멍가게에 앉아 가게를 지켜온 주인장의 오래된 사연을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감정의 결들이 우리의 마음을 두드린다.



 

그림이 점점 커지고 있다. 판형이 커지는 만큼 큰 그림을 들여다볼 수 있어 즐겁다. 그림을 보며 글을 읽고, 다시 그림을 펼치며 놓쳤던 부분들을 새로 발견한다. 작가의 그림은 따뜻하다. 사라져 가는 것들에 관한 안타까움을 그리운 마음으로 그렸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그 공간을 찾아다니며 살피고 그렸을 시간을 유추해본다. 부러 찾아간 장소가 사라져버린 것을 안 순간 내는 탄식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래된 것들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 사정상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알지만,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거다.

 



언젠가 작가의 전시회 소식을 들었다. 가까운 곳이면 가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군산의 칠다리슈퍼 그림은 정말 아름답다. 냇가를 건널 수 있는 다리를 건너면 나오는 칠다리슈퍼. 키 큰 초록의 나무가 슈퍼를 껴안듯 지키고 서 있는 그림이었다. 나무의 초록 잎에서, 노란색 자동판매기, 그리고 닳은 듯 희미해진 창문과 출입문에서 아름다운 푸른색의 색감을 감상하게 된다. 실제 슈퍼와는 다를 테지만 그림만이 가지는 따뜻함이 있는 것 같다. 개인전 전시회에서 칠다리슈퍼도, 나무도 없어졌다는 관람자의 말을 듣고 안타까웠을 마음이 전해졌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란 힘든 일이지만, 그림으로라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다행이라는 말이 못내 마음 아프다. 장소에 관한 추억은 잘 잊히지 않는다. 어릴 적 살았던 동네를 가보고, 그 장소에 서서 오래전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보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자꾸만 그리운 것들이 생겨서 가고 또 가는 것 같다. 양촌상회 그림은 노란빛이 가득하다. 이 그림을 보는데 노란빛이 이렇게 따뜻한 색인 줄 미처 몰랐다. 그 계절에, 그 장소에서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노란색은 그리움의 색일지도 모르겠다.



 

간간이 불어오는 미풍에 흔들리는 사락사락 댓잎 소리에 조용히 귀 기울여 본다.

이제 백발이 된 가게는 한세월 잘 살다가 그림에 스며들고 바람이 되었다.

붙잡을 수도, 놓을 수도 없는 이 마음을 어찌할까! (101페이지)

 



그림 구멍가게는 그리움에 대한 흔적 같다. 잊지 않기 위해 그린 그림, 그림 속에서 그리웠던 시절을 만난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애틋한 마음과 비슷하다. 사라지기 전에 더 많은 구멍가게 그림을 그려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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