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름
체사레 파베세 지음, 이열 옮김 / 녹색광선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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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기온이다. 추워서 외투를 여미다 보니 뜨거웠던 지난해 여름이 그립다. 가을, 겨울을 지나며 여름에 관련된 책을 읽으니 조금은 따뜻해지는 것 같다. 여름은 사랑의 계절, 뜨거운 마음을 지닌 것만큼 사랑과 이별이란 것도 마치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처럼 갑자기 뜨거워졌다가 식는 게 아닐까. 마치 10대 시절처럼 말이다.


 

다소 생소한 이탈리아 작가 체사레 파베세의 아름다운 여름은 열여섯 살 지니아의 사랑과 사랑이 끝난 후의 그 쓸쓸함에 대하여 말한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스트레가 상을 수상한 체사레 파베세는 그해 여름에 스스로 목숨을 저버렸다는 사실이 조금은 안타깝다. 마치 소설 속 지니아같지 않은가. 이별한 지니아의 외로움과 고독이 짙게 드리우는 것 같다.


 

열여섯 살의 지니아는 밤에 일하는 오빠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부티크에 일하러 다닌다. 모든 일에 호기심이 많고 어떤 일이든 경험할 준비가 되어 있다. 윗집에 사는 로사와 트램을 타고 외출하고, 아멜리아와 어울리며 카페에 다닌다. 키가 큰 아멜리아는 모델이다. 화가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그것으로 돈을 번다. 지니아가 보기에 아멜리아는 이미 어른인 것 같았다. 그에 비해 자신은 얼마나 미숙한가. 일이 없어 카페에 앉아 포즈를 취하며 화가들을 기다리는 아멜리아를 동경하는 것 같다. 나와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을 동경하듯 말이다.

 





그 시절의 삶은, 마치 끝도 없는 축제 같았다.소설의 첫 문장이다. 첫 문장에서 의미하는 바와 같이 지니아의 여름은 뜨겁고, 뜨거운 여름을 피해 집을 나서 거리를 헤맸다. 지니아가 아멜리아와 어울리고 싶었던 건 어른의 삶을 경험하기 위해서였다. 마치 금단의 문을 여는 것처럼 떨렸고 설렜다. 아멜리아를 그리는 화가의 작업실을 방문하고 싶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어떻게 물감을 만지고 그림을 그리는지 그 공간에서 지켜보고 싶었다. 포즈를 취하는 아멜리아. 옷을 벗은 아멜리아. 아멜리아를 바라보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지켜보며 자기 또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는 모델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멜리아를 찾으러 카페를 방문하곤 했다. 아멜리아 곁에서 술을 마시는 로드리게스를 알게 됐다. 산책 중에 아멜리아는 귀도의 집에 가자고 했다. 그곳에서 흙투성이 금발 군인 귀도를 알게 됐다. 로드리게스처럼 귀도도 그림을 그렸다. 벽에 걸린 풍경화와 인물화를 보며 아멜리아가 귀도의 모델을 섰는지 궁금했다. 지니아가 귀도에 대하여 생각하고 고민하는 부분은 사춘기 소녀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산책 중에 불이 켜졌다면 들어가서 그가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바라보고 싶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처럼 귀도도 자기를 좋아하는지 그의 마음을 알고 싶어 했다. 아멜리아처럼 어른이 되고 싶은 그 마음이 느껴졌다.

 


첫 새벽빛이 스며들자 지니아는 이제 겨울이 된 것을 안타까워했으며, 그 아름다운 햇빛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것을 슬퍼했다. 귀도는, 색이 전부라고 말했었지. (93페이지)


 

부티크를 나설 때마다 늘 어떤 새로운 일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기를 바랐고, 무엇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 것을 알게 되면 하루가 통째로 사라진 듯한 허탈감을 맛보았다. 그녀는 내일이 오기를, 모레가 오기를, 아니 결코 오지 않을 어떤 것을 기다렸다. (100페이지)

 


사랑이란 건 하룻밤 꿈과도 같은 것. 지니아가 귀도의 모델을 해준 순간 이미 끝이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여름은 지나고 겨울로 접어들고 있었으므로 지니아의 아름다웠던 여름이 다 지나갔다고 해도 되겠다. 쓸쓸하고도 고독한 겨울의 시간이 왔다. 짧은 소녀의 시절을 넘긴 어엿한 열일곱 살의 지니아가 되었다. 훌쩍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다가갔던 지난 모든 청춘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가 끝내 사랑의 끝을 보았던 우리의 젊은 날과 비슷했기에 공감 가는 부분이 있었다. 그 사랑을 자양분 삼아 이제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우리들의 찬란했던 여름이 끝나고 이제 겨울을 지나며 또 다른 여름을 기대해본다. 그것이 삶이다. 우리가 가고 싶은 곳. 그곳이 어디든 갈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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