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을 그리다 폴앤니나 산문
기믕서 외 지음 / 폴앤니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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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그리다 #폴앤니나


 

독립책방 혹은 동네서점을 여행하는 사람이 꽤 많아 보인다. 나도 어딘가로 여행을 갔을 때 그 지역의 책방을 검색해보곤 한다. 시간이 맞으면 서점을 서성거린다. 아마 책 좋아하는 사람의 공통적인 특징이 아닐까. 여기, 스무 명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기억의 공간, 혹은 담소의 공간인 서점을 그렸다. 편리하다는 핑계로 동네서점 보다는 인터넷 서점을 더 이용하지만, 책방이라는 공간을 다루는 이야기는 언제든 환영이다. 책방이 그림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무니 작가가 그린 <숭문당> 편을 보니 이십 대 시절, 혹은 그보다 어렸던 시절의 <국제서림>이 떠올랐다. 차 안 다니는 거리 입구에 있는 서점이어서 약속 장소는 항상 서점이었다. 비가 내리거나 눈이 오거나, 날씨가 추운 날에 서점 안에 들어가 베스트셀러 코너를 기웃거렸던 추억의 장소였다. 무니 작가에게도 <숭문당>은 그런 곳이었던 것 같다. 작가는 서점이 계속 그 자리에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있어 주었으면 하는 장소가, 아직도 영업 중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들이 그린 서점 중에 서울에 있는 서점은 가보지 못했다. 지방 서점 중에서 통영의 <봄날의 책방>과 광주의 <유림서점>은 다녀온 장소라서 반가웠다. 특히 궁금한 서점이 <홀로상점><메종 인디아 트래블앤북스>, <경기서적>, <더숲, 초소책방>이다. 아니다. 사실 다 가고 싶은 책방이다. 그림 속 책방과 작가의 책 이야기가 고스란히 마음속에 들어왔다. 하나의 챕터를 읽고, 서점 지도로 들어가 서점의 위치와 실제 서점 외부와 내부 등을 확인했다.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 때문에 서점이 더 빛났다. 다양한 방법으로 서점을 탐방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광주의 <유림서점>은 절판된 책을 구하러 다닐 때 가보았다. 물론 원하는 책을 찾지는 못했다. 서점 옆에 카페가 생겨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떻게든 서점을 유지해주어서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해야겠다.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점심 먹고 쉬엄쉬엄 걸어가 서점을 기웃거려야겠다.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이 다양해서 좋았다.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점은 우리가 왜 책을 읽는가에 대한 답변 같았다. 책이 주는 위로, 서점이라는 공간이 좋은 이유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누구라도 들어가고 싶은 서점,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들과 함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책의 역할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때로는 순정만화 톤으로, 때로는 동화 속 그림처럼 동네서점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이 말을 거는 거 같았다. 서울에 가면 책방투어를 해도 좋겠다. 하루에 두세 군데씩 장소를 정해 책방에 들어가 책 구경하고, 책도 산다면 오래도록 기억나지 않을까. 어느 소설가가 운영했다는 <소설가의 오후> 책방이 문을 닫아서 아쉬웠다. 진킴 작가의 말처럼 거장들이 좋아한 위스키를 마시며 소설을 읽으면 좋았겠다. 특히 소설을 주로 읽는 내가 좋아할 공간일 것 같아 궁금했는데 아쉽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책방과 가까운 장소라면, 이 책을 들고 가야겠다. 마치 서점 투어인 것처럼 함께 간 사람에게 책 이야기를 하고, 그림에서 느꼈던 서점과 실제 서점의 차이를 설명하며 즐기고 싶다. 책 몇 권쯤 사서 들고 오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 않을까. <서점을 그리다>는 새로운 책 지도, 안내서가 될 듯하다. 다녀올 때마다 스티커 하나씩 붙여도 좋겠지.


 

책은 단지 텍스트의 집합이 아니다. 누군가의 흔적이 고스란히 스며든, 시간의 상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는 책을 산다. 읽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내 삶의 일부를 들이기 위해서. 책은 때로는 방을 채우는 오브제가 되고, 때로는 내 기분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서점은 나에게 쉼의 공간이고, 책은 그 안에서 건져 올리는 작은 조각들이다. (115페이지, 치유 작가 편)

 


나에게 책과 서점은 그런 존재다. 삶이 고단하고 마음이 흔들릴 때, 조용히 들어가 숨 고를 수 있는 나만의 작은 피난처. 여러분에게도 그런 의미의 공간이 있을까? (127페이지, 땡란 작가 편)


 

책을 읽는다는 건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움직이는 일이었다. 단지 글자를 눈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냄새를, 어떤 기억을 함께 떠올리는 일. 책 속 장면 보다도 책을 읽던 나와 내 주변이 먼저 떠올랐다. (15페이지, 기믕서 작가편)


 

책 냄새 짙게 풍기는 그림들, 각자의 그림체로 그려진 서점들이 마음속에 오래도록 머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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