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름, 완주 듣는 소설 1
김금희 지음 / 무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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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엔 겨울을 좋아했고, 어른이 된 후에는 여름이 좋다고 말했다. 더위를 잘 타지 않아 땀을 많이 흘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전에 비해 뜨거워져서 여름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그래도 내게 여름은 살아있음을 강하게 느끼는 계절이다. 어느 계절이야 그렇지 않겠냐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느끼는 건 시간의 소중함이다. 아마 애틋함이라고 해야겠다.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 혹은 안타까움이다.

 



김금희 작가의 최근작을 읽고 더 좋아하게 되었다. 작가의 신작 소식은 반가웠고, 그 출판사가 배우 박정민이 대표라는 게 호기심이 생겼다. 더군다나 시각 장애인을 위하여 듣는 소설로 출간되었다고 해서 더 궁금했다. 출판사 무제의 듣는 소설 시리즈는 시각 장애인을 위해 오디오북을 먼저 발간한 후 이어서 종이책을 출간한다. 그 첫 번째를 연 작가가 김금희다.

 







소설의 내용을 보자. 창세기 비디오 대여점의 딸 손열매는 할아버지를 위해 짐 캐리가 연기한 영화 <마스크>의 스탠리 입키스의 대사를 성대모사했다. 그런 경험으로 성우가 된 열매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 룸메이트였던 고수미가 연락을 끊은 뒤 보증금마저 까먹고 있을 때 열매는 고수미의 고향 완주 마을로 향하기로 한다. 버스를 타고 완주 마을에 도착해 수미의 엄마가 하던 장의사 안의 매점에 눌러 앉는다. 매점에서 뜨거운 믹스 커피를 팔던 열매는 그곳을 방문하는 마을 사람 모두를 알게 되고 옆집의 어저귀와도 친해진다. 학교를 가지 않으려고 하는 양미도 챙겨야 한다. 그들을 챙기느라 열매의 우울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소설은 희곡처럼 지문과 대사가 있다. 그런 까닭에 쉽게 읽히고 금방 읽게 된다. 감동 또한 크다. 등장인물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다만 어저귀(강동경)만 달랐다. 나무의 소리를 듣고 숲의 모든 것과 교감하는 신비로운 인물이다. 감정을 묘하게 건드린다고 해야겠다. 저마다 마음 한구석에 상처와 고통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조금은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마음을 알아채고 돌보고 반대로 위안을 얻는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여럿이 모여 함께 일하기보다는 혼자서 일하는 경우도 많으며, 관계에 대하여 소홀해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복작복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흥분하고 싸워주고,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존재가 있다. 갈 곳을 잃은 열매에게 수미의 방 한 칸을 내어주고 머물게 한 수미의 엄마도 따뜻하다. 시골의 과한 관심이 좋지 않다고 여겼는데 소설에서는 그게 다정함으로 비친다. 그게 문제다. 자꾸만 현실에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일을 소설에서는 바라게 되는 것이다. 공감하고,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여긴다는 거다.



 

사람들과 부대끼다 보면 얻는 것들이 있다. 잃었던 나의 미래가 눈앞에 보이기도 하고 힘을 얻기도 한다. 학교라고는 담을 쌓았던 양미가 열매의 말을 듣고 친구들이 오기 전에 미리 학교 갈 준비하는 걸 보면 저절로 엄마 미소가 지어진다. 누군가의 작은 관심과 배려, 그리고 따뜻함이다. 누군가는 인간성을 잃어간다고 하는데, 살펴보면, 우리가 교류하는 사람들을 보면 전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그 말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할 수 있다.



 

마음 한 조각을 내어주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어떤 방식으로 살더라도 현재까지 우리는 뛰고 있다. 저 멀리 완주가 눈앞이다. 아니, 여전히 완주하기 위해 달리고 있다. 어디까지 왔던 현재까지가 완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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