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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들짝 지구 불시착
김서령 지음 / 폴앤니나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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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아이 우주를 팔로우하고 있다.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보아와서 마치 내 조카처럼 여겨진다. 그 아이가 벌써 여섯 살이다. 아이의 미소 때문에 즐겁고, 아이의 말 한마디에 미소를 짓는다. 물론 아이 엄마는 내 존재도 모를 것이다. 혼자서 짝사랑하듯 아이를 지켜보고 있다. 우주라는 이름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 같다. BTS와 콜드플레이가 함께 불렀던 곡도 ‘My Universe’였지 않았나.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각설하고, 나는 또 새로운 우주에게 반했다. 김서령 작가의 아이 ‘우주’다. 비혼주의자였던 작가에게 화들짝 찾아온 존재. 나는 그 아이를 작가의 전작 에세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에서 앞서 만났었다. 선물처럼 찾아온 우주의 탄생과 성장일기가 이처럼 한 권으로 책으로 나오길 기다렸다.
아이의 순수함과 영민함과 엉뚱함이 몇 마디의 말로 드러나는 걸 바라보며 이제는 성인이 되어버린 내 아이들이 생각났다. 얼마나 귀엽고 얼마나 예뻤느냐 말이다. 천재가 나타난 것 같다고 자랑질했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작가의 이런 면이 부러웠다. 아이의 일상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또한 사라지고 없는 부모님과의 추억 또한 기록으로 남겨둘 수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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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섯 살이 되기 전 아이에게 엄마 뱃속에서의 일을 물어보면 대답한다는 걸 우연히 보았다. 아이에게 질문을 하면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는 모양인데, 작가 또한 우주에게 물었었다고 한다. 엄마 배꼽으로 노란 불빛이 들어와 무섭거나 깜깜하지 않았고, 다만 심심해서 엄마를 간지럽혔다고 했다. 그리고 여섯 살이 된 우주는 엄마 놀라게 해주려고 한 말이었다고 했다. 얼마나 영특하냐 말이다. 오래전 블로그에 아이의 성장기록을 써왔던 게 생각나서 몇 편을 읽어보았더니 새로웠다. 우는 것마저 귀여웠었는데 시간이 어쩜 이렇게 훌쩍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사소한 것들에 위로받는 것에 이야기한다. 몇 가지의 예를 들었는데 그중의 하나, 아이에게 받았던 위로를 보자. 피곤하면 잇몸에 피가 난 작가는 아이가 속상해하자 약국에서 치약을 샀다. 약국에 비타민제를 사려고 들렀을 때 여섯 살의 아이는 제 목에 맨 지갑에서 돈을 꺼내 잇몸에서 피 안 나는 약 달라고 하는 그 말에 나 또한 울컥해졌다.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엄마를 사랑할 때가 아닌가. 작은 행동 하나에 감동한다.
가벼운 위로가 넘치는 세상이라 비웃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안다. 위로 타령 지겹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 내가 왜 몰라. 하지만 나를 향했던 다정한 시선들을 소환하며 괜찮아, 괜찮아, 그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잖아. 나를 달래는 것도 위로인걸. 이렇게 글로 쓰며 그 시간을 기록하는 것이 내가 돌려줄 수 있는 작고 낮은 감사 인사라는 것을 그들이 몰라도 괜찮다. 밤은 길고, 우리가 서로를 안아줄 수 있는 시간은 아직 넉넉하니까. (171페이지)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나의 기억을 돌아보는 일. 아이의 행동 하나를 보고 과거에 내가 했던 행동임을 보고 깜짝 놀란다. 아이에게 없는 모습은 아이 아빠의 습관과 닮았다는 거. 아이들의 성장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나간다. 비록 모든 것이 서툴러도 다른 한편으로 우리보다 훨씬 나은 존재가 되지 않느냐 말이다. 나이가 든 게 사실인가 보다. 한 번도 마주 앉아 말해보지 않은 아이가 이렇게 예쁜 걸 보면. 왜 이렇게 똑똑하느냐며 아이의 행동 하나에 감동한다.
책 속엔 작가가 그린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만화처럼 귀여운 모습이 가득하다. 아마도 어릴 적 만화가가 되고 싶었던 작가의 바람이 들어 있는 것 같다.
성장기록은 개인의 역사다. 개인의 역사가 모여 시대를 아우르는 문화가 되지 않겠나. 어떤 말을 하고 어떤 것을 좋아했는지에 따라 유행의 척도가 드러나는 것이다. 이 책은 육아 에세이가 아닌 성장소설이라 일컫는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하루하루 반짝이는 날들을 지켜보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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