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리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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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키이라 나이틀리의 연기를 좋아한다. 그가 주연한 영화 콜레트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기사를 보고 작가의 이름을 기억했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작가들의 소설을 꽤 읽었는데도 콜레트의 작품은 생소했다. 기회가 되면 콜레트의 작품을 읽어보리라 생각하던 차에 녹색광선에서 출간한 셰리는 꽤 반가운 소식이었다. 작가이자 마임 배우, 무용수인 콜레트는 20세기 프랑스에서 가장 독보적인 작가로 일컫는다. 작품을 다 읽은 다음 영화 콜레트를 보았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편의 이름으로 출간할 수밖에 없었던 작품 클로딘 시리즈는 젊은 여성들에게 사랑받으며 콜레트의 헤어스타일, 드레스 등 밈처럼 작용하였다. 그러한 장면들을 보며 작품이나 작가의 삶이나 미래를 앞서 나간 작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셰리는 콜레트가 첫 번째 남편 윌리와 이혼 후 자기 이름으로 쓴 작품이다. 자기보다 스물네 살 아래인 셰리와의 사랑과 욕망, 그 후에 오는 절망의 감정들을 담았다. 레아는 친구의 아들인 셰리와 6년째 만났지만, 레아와 셰리의 어머니는 그를 동년배의 젊은 여성과 결혼을 시키고자 한다. 셰리에게 누누라고 불리는 레아는 마흔아홉 살의 사교계의 여성으로 셰리의 젊음을 바라보며 나이가 들었다는 걸 느낀다. 나이를 숨길 수 없는 피부와 주름을 강하게 인식한다. 레아는 셰리가 결혼하기 전까지만 가볍게 만나는 거라고 여긴다.

 






나이 든 여자의 집착과 젊은 남자의 자신감은 어느 순간 무너지기 마련이다. 젊은 남자가 역시 젊은 여성과 결혼하자, 나이 든 여자는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고 멀리 떠났다. 자신의 집착을 버리는 연습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느 늦은 밤 셰리가 찾아왔을 때 그를 붙잡고 싶지 않았을까. 젊은 아내를 떠나 자기 곁에서 머물러주었으면 하고 바랐을 것이다.

 



레아가 셰리와 밤을 보내고 난 후 흐트러진 자기의 모습을 보고, 정원사나 농부의 아내처럼 보인다고 한탄하는 장면이 나온다. 셰리를 사랑하면서도 그의 젊음을 부러워하고, 반대로 늙어가는 자기를 바라보는 게 싫었을 것이다. 늘어난 뱃살, 숨길 수 없는 주름. 할 수만 있다면 젊음이 영원하길 바랐을 것이다.



 

넌 날 그리워하게 될 거야, 혹시 네가 네 소유이자 책임인 암사슴을 겁주게 될 것 같으면, 자제하고서 그 순간에 내가 가르쳐 주지 않은 모든 것을 생각해내길 바라. 그러고 보니 너한테 미래에 대해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구나. 용서해, 셰리. 나는 너를 마치 우리 둘 다 한 시간 뒤에 죽기라도 할 것처럼 사랑했어. 난 너보다 24년 먼저 태어났으니까 어느 정도 운명이 정해진 셈인데, 내 운명에 널 끌어들인 거야. (198페이지)



 

성숙한 여성과 젊은 남성의 파격적인 사랑과 욕망을 다룬 소설이라 우리나라에서는 오래도록 소개되지 못했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니 여자와 남자의 관계보다는 나이 든 여성으로서 느끼는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언젠가는 사랑도 빛이 바랜다. 그러한 것들이 슬펐다. 사랑하면서도 보내주어야 할 시절이 온 것이다.

 



다양한 경험과 상상이 삶의 변화를 꾀한다. 콜레트는 넘치는 재능으로 소설을 쓰고 몸으로 표현하는 공연, 사랑에도 거침없었다. 어떻게 보면, 작가들은 앞서가는 사람이다. 여성의 삶에서 탈피해 진정한 삶의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누구의 아내가 아닌, 한 인간으로 살고자 했던 콜레트의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레아는 콜레트의 다른 분신이 아니었을까. 자기의 작품에서 추구했던 게 실제로 일어났으니 미래를 내다보았음이 분명하다.



 

사진에서 보는 콜레트는 상당히 자유분방하게 보인다. 유행을 앞서가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삶을 살았던 그는 아름다운 여성이다. 젊음이여, 안녕. 삶이란 무릇 이런 것. 좌절하고 고통받으며 순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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