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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랜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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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을 처음 읽었던 충격을 잊지 못한다. 많은 것을 가졌지만 정작 자기가 아닌 다른 삶을 살았던 남자의 이야기 『빅 픽처』다. 한 남자가 새로운 삶을 선택하기 위하여 죽기로 결심하고 세운 완벽한 계획은 잠시라도 책장을 덮을 수 없었으며 재미와 짜릿한 긴장감을 주었다. 그 뒤로 이어지는 소설 또한 매력적이었다. 『빅 픽처』는 무명의 작가를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올려놓은 소설이기도 하다. 밝은세상 출판사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켈렉션을 한 권 한 권 추가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원더풀 랜드』는 첩보소설이다. 우리가 보았던 첩보 영화 속으로 안내하는 듯 긴박감이 넘치고 짜릿하다. 세계의 모든 정세를 꿰뚫고 있는 미국의 체제가 불안하다고 여긴 적 있던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세계를 구축해놓았다. 트럼프의 시대가 가고 미국은 분열되었다. 민주주의를 앞세운 연방공화국과 예수의 제자처럼 12사도로 되어 모든 시민을 통제하는 공화국연맹으로 나뉜 세상에서 정보국 소속 요원인 샘 스텐글이 주인공이다.
소설은 하나의 세계다. 소설가가 구축해놓은 근미래의 분열된 국가는 오래전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으로 나뉘었던 독일 혹은 한국과 북한을 생각하면 된다. 다만 한국과 북한이 자유롭게 오갈 수 없다면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은 허가에 의해 왕래했던 거로 알고 있다. 물론 감시가 심해 자유롭지 못했다. 연방공화국과 공화국연맹의 중립지대가 있으며 이곳은 정보원들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비교적 자유로운 곳이었다. 웃긴 건 북한이 김정은 체제로 신격화되어 있는 것과 비슷하게 공화국연맹은 신을 모독하거나 임신중절 수술을 할 경우 연맹에 의해 처벌받는다. 샘 스텐글의 정보원이었던 막심은 신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화형에 처해졌을 정도다. 발전을 거듭하던 세계가 어느 선을 넘어선 후에는 후퇴할 수도 있겠다. 우리가 누리는 이 자유가 감시체제에서의 자유로움이라면 진정한 자유를 누린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정보화된 연방공화국은 통신과 소통을 모두 생체 칩으로 한다.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러한 연방공화국은 과거 조지 오웰의 『1984』처럼 국가감시 때문에 모든 게 노출되어 있다는 거다.
스텐글 요원은 상급자로부터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는다. 공화국연맹의 케이틀린을 사살하라는 거다. 케이틀린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딸로 이복 자매였다. 샘 스텐글의 아버지는 죽을 때조차 여동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케이틀린 스텐글 또한 샘을 죽이려고 한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영화평론가 에드나라는 위장 신분으로 중립지대에 들어간 샘은 극장에서 필름 영화를 보기 위해 방문했다. 극장 관계자 로레인에게 마음이 간다. 정보원 특성상 결혼한 사람이나 정기적인 연인이 있는 사람은 요원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에 개인적인 교류가 없었다. 술을 한 잔 하자고 다가오는 로레인을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친근하게 다가온 사람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작전이 너무 쉽게 간다고 여겼던 듯하다. 의심이 가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깨끗해서 드러나지 않은 사람에 대한 추리소설 독자로서 의심이랄까.
소설 속 연방공화국과 공화국연맹의 사회상을 너무도 상세하게 나타냈기 때문에 실재하는 나라처럼 여겨진다는 게 문제다. 작가들에 의해 창조된 세계는 언젠가의 미래상이다. 상상 속의 세계로만 치부하기에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안전하지 않을 거라는 소식에 두려운 마음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완벽하게 속이고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모든 게 드러난 상태라면 그에 따른 결과는 뻔하다. 누군가는 다치고 누군가는 죽게 될 것이다. 첩보 소설의 경우 타겟을 제거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독자가 바라는 결말, 어쩌면 자매간의 우정을 기대했던 걸 마치 예견이라도 하듯 가볍게 희망을 부서뜨렸다.
완벽한 정보요원을 연기하기 위해 슬픔과 고통을 감췄다. 누구라도 비틀거리지 않기 위해 애쓸 것이다. 그래야 살아갈 것이므로. 더글라스 케네디가 그린 분단된 미국은 소설로만 치부하기에는 좀 아깝다. 치밀한 분석과 계획하에 만들어낸 세계라 그렇다. 현재의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염려하는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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