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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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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작가이자 호러 작가인 미쓰다 신조의 소설 입문서로 읽으면 좋을 소설이다. 미쓰다 신조는 미스터리와 민속학 그리고 괴담을 결합한 작품을 썼다. 특히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등 도조 겐야 시리즈로 유명하다. 이번 작품은 도조 겐야 시리즈의 스핀오프 형식으로 도조 겐야 시리즈의 처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어두운 밤길을 혼자 걷는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특히 시골길은 더 무섭다. 괴담이 얼마나 많은지 어두워지는 밤에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낮에도 혼자서는 못 갈 정도로 등골이 싸늘한 느낌도 많았다. 미쓰다 신조의 이번 소설 『걷는 망자』는 각지의 괴담을 모으는 도조 겐야 시리즈다. 도조 겐야의 제자 덴큐 마히토와 어릴적 괴이한 경험을 했던 도쇼 아이가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청자로 등장하며 괴민연(괴이 민속학 연구실)의 시작을 알렸다.
망자길이란 바다에서 죽은 망자가 걷는 길이라 일컫는 곳이다. 지름길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어둠이 내리면 절대 걷지 않은 길이다. 도쇼 아이는 장서가인 소다의 집에 책을 빌리러 갔다가 시간이 늦어져 헷갈리는 골목길을 돌아갈 것인가, 직선길인 망자길로 갈 것인가 고민했다. 늦게 오면 할머니가 걱정하실 것 같아 망자길로 갔다가 휘청휘청 걸어오는 정체모를 것과 마주쳤다. 대학생이 되어 무묘대학교의 괴이 민속학연구실을 방문해 덴큐 마히토에게 어릴적 경험했던 이야기를 전해준다. 괴이한 이야기를 무서워하는 것 같았던 덴큐 마히토는 특유의 논리적인 방식으로 설명했다. 분명히 괴이한 이야기인데도 덴큐의 설명을 듣다 보면 탐정처럼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하나의 이야기 다음에 등장하는 덴큐와 아이의 대화가 상당히 재미있다.
애당초 고개는 ‘경계’다. 마을과 마을의 경계선을 의미하는 한편으로, 현세와 이계 사이에 그어진 보이지 않는 선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는 곳이다. 더구나 어두워지고 나서 ……, 라는 시간대는 그야말로 이매망량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렇듯 심상치 않은 공간과 시간이 합쳐졌으니 뭔가 괴이한 것이 생겨나도 딱히 이상할 것 없었다. (318페이지)
머리 없는 여자를 목격한 가즈히라, 막힌 공간에서 배가 갈라져 죽은 소년들, 봉인지가 붙여진 방에서 목을 졸린 대학생, 민속 탐방을 위해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다 화장하는 장면을 목격한 이야기다. 지벌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지벌이란 신에게 죄를 져 받는 벌이라는 뜻을 가졌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서 신에게 벌을 받을까 무서워 제를 지냈다는 이야기는 꽤 많다. 일본 민속학에서는 다양한 신들이 많고 그에 따라 지벌도 상당한 것 같다. 아마도 섬 특유의 지역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여름엔 이처럼 오싹한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 같다. 더위를 잊을 뿐더러 현실에서는 없을 이야기의 매력에 빠지는 효과가 있다. 어렸을 적부터 무서운 이야기를 탐하지 않은가. 때로는 괴기스럽고 공포스럽지만, 보다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는 미쓰다 신조의 소설에서 뜨거운 여름을 이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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