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데부 - 이 광막한 우주에서 너와 내가 만나
김선우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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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데부라는 제목이 좋았다. 김선우라는 작가가 어떤 사람인가를 검색해보니 화가라고 했다. 이미 유명을 달리한 작가들 외에 내가 화가를 아는 이름이 얼마나 있던가. 스스로 날기를 포기해 멸망한 도도새를 작품 속에 그리는 화가가 김선우다. 그가 그린 그림이 궁금했고, 그가 그림을 그리며 했던 생각들을 엿볼 수 있을까 싶어 읽게 된 책이다.

 


김선우 작가를 말하자면,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연 최연소 화가이며, <모리셔스 섬의 일요일 오후>라는 작품이 서울옥션에서 11,500만 원에 판매되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작가다. 랑데부라는 뜻과 너무 어울리는 제목이다. 작가의 그림을 보고 글을 읽으며 랑데부하는 느낌이었으니까.





 

그의 그림에서 도도새를 본다. 지금은 멸종하고 없는 상상의 새. 날지 못하는 새는 바닷속, 혹은 숲속에서 얼굴을 내밀고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바닷가 모래밭에 앉아 멀리 보이는 수평선을 바라보는 그림에서 아련함을 느낀다. 그리움의 감정이 짙게 배어 있다.


 

저는 갑갑한 현실을, 자유로운 새가 날개를 잃고 인간의 몸속에 갇힌 새 인간의 형상으로 표현했습니다. (27페이지)

 


김선우 작가는 작품을 이해하는 방법을 말한다. 어떤 예술가의 작품이 이해가 되지 않고 더 깊이 교감하고 싶으면 작가노트를 찾아보라고 했다. 작가노트는 작품이 태어난 근본적인 시작점이자 결말인 동시에 그 결말 이후의 이야기에 대한 예언이라고 했다. 미술작품을 볼 때 작가가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을 설명으로 읽고 그림을 보면 마음속 깊이 들어온 느낌을 경험한 것처럼 말이다.


 

도도새는 작가의 작품 속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별을 품에 안고 있는 도도새, 저 멀리 보이는 반짝이는 별, 바다에 누워서 유유히 수영하는 도도새. 새끼들을 달고 나는 도도새도 있다. 불안과 방황의 시간을 거치는 모든 순간이 담겨 있는 모습들이다. 때로는 외롭고, 멀리 떠난 낯선 장소에서의 시간도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으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것을 바라보게 된다.

 


삶은 어쩌면 캄캄한 바닷속으로 던져지는 것과 다름없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늘 표류하고 방황하게 되지만, 바로 그것이 삶이라는 것을 직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삶을 대하는 목적과 용기를 얻게 되는 게 아닐까요. 삶의 비극 앞에서 당당하게 대적했던 니체의 한마디처럼요. (127페이지)


 

니체를 좋아한다는 작가의 말이다. 삶이란 거친 파도와 같다.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미래에 대하여 두려움을 느낀다. 내가 원하지 않았던 일들 때문에 고민하고 방황하지만 결국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그것은 사람일 수도 있고, 그림일 수도 있으며,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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