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러시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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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코리안 티처유진과 데이브의 서수진 작가의 첫 소설집이 나왔다. 여덟 편의 소설로 외국에서 살면서 느끼는 한국인의 삶과 애환에 대하여 말하는 작품이다. 한국인이 한국에서 사는 일은 별다를 게 없다. 이와 반대로 외국에서 한국인으로 사는 일은 다르다. 피부 색깔로 구별하는 도시에서 한국인 고유의 특성을 나타내는 걸 싫어하면서도 근본적으로는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 벗어나기 어려워할 것이다.


 

외국에 나가게 되면 처음 맞닥뜨리는 게 입국심사다. 여행자로서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입국심사가 다르게 보면 입국하고자 하는 국가로부터 거부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입국심사를 통해 알게 된다.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얻어 눌러앉으려는 것을 막고자 하는 조치임에도 불편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남자 친구를 만나러 미국에 도착한 유미의 휴대폰에서 메시지와 사진을 들춰보며 3개월 안에 결혼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서명을 강요하는 장면에 쓴웃음이 났다. 혼인 증명서가 필요해 위장결혼을 했다가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영화 그린카드가 생각났다. 과연 유미는 에디와 함께 즐거운 휴가를 보냈을까.





 

호주로 이주한 한국인들은 호주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는 자와 그 바깥에서 안정된 삶을 찾아 노력하는 이들이다. 한국인과 달리 거래가 깔끔한 중국인들을 상대로 집을 파는 혜선의 심리가 빛난 작품 헬로 차이나는 마음속 깊이 자리한 중국인에 대한 감정을 엿볼 수 있다. 뒷마당에 걸어놓은 티베트 깃발이 중간 부분 사라졌을 때 딸의 중국인 남자 친구를 지목하는 부분과 홍콩 반환 문제로 시위하는 장면, 얀이 좋아할 만한 아파트를 발견하고서도 메일을 쓰지 못했던 복잡한 마음이 그렇다. 그 감정이 낯설지 않아서일 것이다.


 

캠벨타운 임대주택의 프로젝트 매니저 다니엘 리는 임대주택에 갔다가 다가온 한국 여자를 보고 의아해한다. 한국인 이민자는 임대주택에 사는 경우가 없었다. 특유의 부지런함과 강인함 때문이었다. 한국인 여자는 임대주택에 두고 온 물건이 있다며 찾고 싶다고 했다. 오물로 얼룩지고 망가진 집에 여자가 찾고자 하는 건 분명 마약일 터였다. 하지만 여자가 찾았던 아주 작은 물건에서 지키고자 하는 것, 간직하고자 하는 간절함을 보았다.

 


네 사랑은 아프지 않지. 네 사랑은 밝고 빛나지. 너는 환하게 웃고 떳떳하게 울지. 눈치 보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지. 네 사랑은. (188페이지, 외출 금지중에서)


 

호주가 산불로 고통받았던 때를 배경으로 쓴 졸업여행은 아들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한국인 부모의 마음을 담았으며, 한국인의 밤은 코리아타운에서 얼마 떨어진 곳에서 일식집을 하는 클로이의 아버지는 워킹홀리데이로 온 한국인 종업원에게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시급을 주며 일을 시키고, 호주에 사는 한국인을 영주권 이상, 이하로 나누었다. 호주에서 태어나 한국의 역사를 모르면서도 피부 색깔로 나뉘는 집단과 어울릴 수밖에 없었던 클로이가 바라본 세상을 보여주었다. 외출 금지의 은영과 희율은 호주에서는 가명을 쓸 필요가 없어 호주행을 택했다. 헤어지기로 했지만, 셧다운으로 국경이 봉쇄되고 할 수 없이 동거를 계속하는 이야기였다. 끝이 보이지 않은 막막함. 함께 있어서 서로에게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진우와 서인은 빛나는 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빛나는 순간. 진우는 그들이 늘 그것을 기다려왔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에게 절대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82~83페이지, 골드러시중에서)

 


폐광의 골드러시 체험 여행은 진우와 서인에게 금처럼 빛나는 여행이 될 것인가. 헤드 셰프로 일하면서 457비자 발급을 위해 최저시급 70퍼센트만 받고 일하던 그의 이름 대신 서류상에는 서인의 이름이 적혔다. 영어를 더 잘해야 인터뷰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영어를 잘하지 못해 다른 사람에게 기대야 하는 안타까움을 담았다. 한국인의 밤에서도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클로이가 통역사 역할을 했던 것과 비슷하다.

 


외국에서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 인종 차별과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실상을 말하였다. 한국인 이민자로의 삶에서 느낀 경험과 생각을 담은 작품이다. 앞으로의 더 좋은 작품을 써주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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