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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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의 클레어 키건이 11년만에 발표한 중편소설로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맡겨진 소녀처럼 짧지만 긴 여운을 주는 작품이다. 오래전 아일랜드의 1985년에 다다라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바라봄과 동시에 아일랜드 역사의 한 페이지에 머무를 수 있다.

 


사십 대를 바라보는 남자가 바라본 세상은 녹록지 않다. 문 닫는 회사들이 속출하고 먹을 것이 부족한 가족들이 있다.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세탁소에는 젊은 여성들이 하루 종일 신발도 없이 세탁 작업을 하며 먹을 것이 충분찮아 보인다. 석탄·목재상 빌 펄롱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석탄 배달을 갔다가 석탄광에 갇혀 있던 한 아이를 발견했다. 하룻밤을 갇혀 있었던 소녀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 그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가면 어떨까 생각했다. 아내와 딸 다섯 명이 있지만 수녀원에서 아이가 받는 취급이 못내 안타까웠다.




 


하루 종일 배달하고 캄캄할 때 집에 돌아와서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고 잠이 들었다가 어둠 속에서 잠에서 깨어 똑같은 것을 또다시 마주하는 것. 아무것도 달라지지도 바뀌지도 새로워지지도 않는 걸까? 요즘 펄롱은 뭐가 중요한 걸까, 아일린과 딸들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가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44페이지)


 

만약 펄롱이 그 아이를 집으로 데려간다면, 그의 삶은 아주 불편해질 것은 당연하다. 수녀회는 그의 딸들이 다닐 학교와도 연관되어 있으며 교회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가 수녀원에서 소녀를 발견하고 돌아왔을 때 마을에서는 벌써 소문이 퍼졌었다. 한 식당의 주인은 그에게 조심하라고 얘기할 정도였다. 그들이 가진 힘을 두려워하라는 얘기였다.

 


모든 소설이 그렇듯, 아일랜드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게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직장을 잃은 가족의 아이들에게 동전 몇 개를 주는 일도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추운 날 야적장의 자물쇠가 얼어 모르는 집의 문을 두드렸을 때 친절한 여주인은 끓인 물이 들어있는 주전자를 건네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펄롱의 내면은 복잡하다. 아내 아일린과 다섯 명의 딸들을 사랑하면서도 다른 삶을 꿈꾸었다. 친절을 베푼 여자와의 소박한 삶은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미시즈 윌슨의 배려와 보살핌을 받았던 때, 자기의 아빠가 누구일까 궁금했던 때를 떠올렸다. 가족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르면서 어렸을 적 선물로 받고 싶었던 지그소 퍼즐을 갖지 못했던 크리스마스의 쓸쓸함 등을 말이다. 선물을 받지 못했을뿐더러 아버지의 존재를 모르는 어린 소년이 울고 있는 모습을 그려보라. 아버지의 존재를 애타게 기다렸던 그는 결혼을 한 후에도 미시즈 윌슨에게 자기 아버지가 누구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어쩌면 부잣집 핏줄일 거라는 희망을 주고 싶었던 걸까. 우연히 누군가의 말에 의해 친아버지를 짐작할 뿐이다.

 


한 남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따뜻하다. 음지에 있는 사람들을 다정한 마음으로 바라볼 줄 알고, 핍박받는 사람들을 끌어안을 수 있다. 그뿐일까. 가족을 사랑하는 그는 다른 삶을 향해 자기가 짜놓은 틀 안에서 엇나가지 않는다. 평등한 삶을 바라보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베풀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세상에 맞설 용기를 얻는 게 아닐까.


 

이 소설은 배우 킬리언 머피에 의해 영화로 제작되었다고 하니 영화를 기다려봐도 좋겠다. 두 번 읽은 소설, 감동의 의미는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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