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당근마켓 - 우리는 그렇게 만날 수도 있다 아무튼 시리즈 59
이훤 지음 / 위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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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경험해본 사람은 있어도, 전혀 모르는 사람은 없는 것. 당근마켓.(지금은 당근으로 회사명이 바뀌었다.) 필요 없는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팔거나 공짜로 주고 필요한 물건을 들여올 수 있는 근거리 간 직거래 커뮤니티다. 반신반의하던 당근마켓이 이토록 자리 잡을 줄 알았을까.


 

2년 전, 텃밭에 농막을 들여놓으면서 필요한 물건을 당근마켓에서 들여왔다. 어느 집의 아이들이 사용하던 큰 책장을 옆으로 뉘어 물건 보관대로 만들었으며, 3단 책장은 신발장이 되었다. 저렴한 가격에 내놓은 국화 화분을 사다가 밭에 심었으며 편백 나무도 몇십 그루 사다가 심었다. 몇 번 사용했던 목재 파레트를 저렴한 가격에 가져와 의자와 탁자를 만들어 페인트를 칠하고 오일스텐을 발랐더니 새 제품처럼 보였다.





 

중고 제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나에게 당근마켓은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상대방에게는 필요하지 않고 나에게는 필요한 물건을 버리는 대신 나눔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물건에 대한 애착을 버리는 한편, 새로운 물건에 대한 애착이 생기게 했다는 거다. 물건을 거래하면서 모르는 상대방과 소통의 장이 된다.


 

갖고 싶었던 커피잔이 있다고 해보자. 키워드를 넣어놓고 기다리면 알람이 온다. 자기가 원하는 좋은 제품이 저렴한 가격에 나오면 사고 싶은 유혹을 견디기 어렵다. 당근 앱을 보고 있으면 그토록 많은 물건이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갖고 싶은 제품이 있으나 너무도 귀한 제품이라 예산보다 비싸게 나와 포기하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당근마켓에서는 별걸 다 거래하나 보다. 미국 드라마 <더 오피스> 퍼즐을 맞춰주고 액자에 유액을 발라주실 분을 구하자 글을 올린 간밤에 마흔 명이 넘게 다녀갔다고 한다. 각자 자기만의 능력과 경험치를 자랑하는 글에 놀랐다. 우리는 비록 타인과도 소통을 원하는 것 같다.

 


1970년대에 만들어진 찻잔은 중고가 아니면 더 이상 구매할 수 없다. 커피를 애호하는 사진가답게 커피와 커피 컵의 곡선 예찬론은 마치 한 장의 작품 사진을 보는 듯하다. 커피잔에 매료된 표정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물건에 관한 애착과 동네 사람들과 만남의 장이 될 수도 있다. ‘동네생활이라는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답글을 달며 소통의 장이 된다. 네이비 색 폴로 지갑을 주워 미용실 원장님께 맡겼다는 이야기, 가방 수선집을 물어보기도 하며, 고양이를 키우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그에 관한 답글은 더 의미심장하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매력덩어리인 데 반해 털, , 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에 마구마구 공감했다. 그 글에 댓글을 달고 싶은 마음이랄까.


 

놀랍다. 우리 안에 길들지 않은 언어가 여럿 산다는 건, 그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건. 나도 모르는 사이 하나가 소실되고 다른 하나가 새로 태어난다. (55페이지)





 

타국에서 온 사람뿐 아니라 타지에서 서울로 온 사람들 또한 일종의 디아스포라적 감각을 겪으며 산다는 걸,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언어도 문화도 같지만, 커다란 도시에 섞여 들지 못한 채 자신만 여기가 아닌 저기에 있다고 느낀다고. 학업, 취업, 아이들 교육, 그 밖에 서로가 다 알 수 없는 각자의 사정 때문에 살던 곳을 떠나온 사람들이 새 자리를 적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93페이지)

 


친구를 구하는 글도 있다. 이사 간 동네에서 친구가 있다면 슬리퍼를 끌고 만나도 반갑다. 시골 친구가 그립다는 글에 댓글을 달고 만나기로 한 사연은 이웃사촌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언제라도 만날 수 있는 친구, 동네 친구라서 가능하다. 사람이 있는 곳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와 더불어 소통의 장을 만들어간다. 다양한 물건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당근에서 우리의 온도를 높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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