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
김달님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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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은 오래도록 슬픔에 침잠해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모든 장소, 모든 순간에 사랑했던 사람이 마치 환영처럼 떠오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감정은 희미해져 조금씩 일상에 적응한다.


 

몇 달 전 시어머니 사십구재 때 시누이가 날아가는 새를 보고, 엄마가 오셨나보다고 하길래 의외라고 여겼었다. 당신 남편이 암으로 돌아가셨을 때도 새가 날아와 남편이 인사하러 왔다고 하면서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시누이만 그런 게 아닌가 보다. 여동생이 엄마 산소에 벌초하러 갔다가 나비 한 마리가 날아든 걸 보고 우리 엄마 왔네.’라고 혼잣말을 했다. 김달님의 에세이에서도 나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연달아 잃은 작가의 가족들이 작은 것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모든 순간에 찾아온 것들을 보며 할머니, 할아버지가 왔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어디에서 이어져 온 건 모르겠으나 우리는 사랑했던 사람이 우리 곁에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그리움의 새로운 표현 방법이다.





 

나는 그런 게 좋았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내가 어떤 삶들과 함께 살아가는지 구체적으로 감각하게 되는 순간이. 내가 모르는 인생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찾아오던 놀라움과 부끄러움. 그와 동시에 또렷하게 생겨난 삶에 대한 애정과 의지가. (91페이지)


 

작가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그 말을 그냥 지나치는 게 아니라 새겨듣고 글로 나타낸다. 사람 사는 이야기 듣는 게 재미있다고 했다. 내가 모르는 인생을 듣고 발전하는 삶을 살아가는 힘을 얻기도 한다. 우리가 모르는 삶을 이해하기 위해 소설을 읽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친구들과 방콕에 갔던 부분이 있다.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신 할머니를 매일 보러 다니다가 훌쩍 떠났던 방콕 여행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는 내용이었다. 친구들과 여행 가서 함께 함께 콘서트를 보고 그 여운을 함께했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친구들과 외국 여행 갔던 게 생각난다. 다녀와서도 오래도록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면 그때였기에 가능했던 일들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마음은 있으나 각자의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하고 때로는 이별도 한다. 영원한 사랑이 없듯 영원한 우정이 없을 수도 있다.

 


작가에게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커다란 산 같은 존재였나 보다. 전작에서도 할머니, 할아버지를 말하는 것 같다. 사랑했던 분이라 상실감이 컸을 거로 생각된다. 지금도 그리워하는 감정이 느껴져 책을 읽는 나도 애틋해졌다.



라디오를 즐겨 듣는다. 퇴근 시 알람을 맞춰두고 이어폰을 꺼내 두 시간을 함께한다. 음악 듣는 게 좋다. 좋아하는 음악이 있으면 구매하여 보관해두고 듣는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작가도 라디오로 시작하는 하루를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사람들이 보낸 사연을 듣고 있으면 다양한 사람만큼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고 여기게 된다. 동 시간대에 어떤 장소는 비가 내리고 어떤 장소는 해가 쨍쨍,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토론토에서 혹은 유럽에서 듣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장소에서 각자의 감정으로 한 곡의 음악을 들으며 위로받는 시간. 왜 라디오를 듣는지 그 이유가 드러나는 글이었다.


 

타인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와 다르지 않은 삶에 안심하는 것 같다. 오히려 힘을 얻는다고 해야겠다. 상실의 슬픔도, 삶의 기쁨도 누군가와 나누며 살아간다는 것을 글에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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