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엉 오늘의 젊은 작가 39
김홍 지음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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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어떤 행동이 불러일으키는 현상에 우리는 대체로 무감한 편이다. 아마 영향력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온다면 조금쯤은 주저할 것 같다. 만약 한 사람이 자꾸 눈물을 흘린다고 했을 때, 그때마다 비가 내린다면 이런 경우는 어떻게 봐야 할까.

 


다른 사람들처럼, 주인공 는 고지서를 받는다. 다만 내가 사용하지 않은 고지서가 딸려온다. 또 다른 나, 즉 나에게서 빠져나간 본체가 사용한 내역서다. 본체는 나 자신이기도 하니 그가 사용한 내역을 짐작할 수 있다. 어느 날 본체가 짐을 싸서 나갔다. 그의 흔적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그가 쓴 고지서가 날아든다. 주민등록증을 가져간 본체 때문에 는 여권을 가지고 다닌다. 신분증을 요구할 때 대부분 주민등록증을 꺼내놓는다. 주민등록번호는 외워도 여권번호를 외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방을 구하거나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본인 확인을 위해 여권번호를 외우는 경우도 많지 않을 것이다.




 


본체가 떠나던 날, 고양이 밥을 챙겨주던 는 갑자기 눈물이 났는데 그때부터 계속 울게 됐다. 동사무소에서 슬픈 사람 모이세요라는 전단지를 발견한 슬사모에 참석했다가 동그람 씨를 알게 된다. 동그람 씨는 다른 사람이 보기엔 멀쩡하게 보였으나 눈이랑 귀와 입이 떨어져 나갔다. 본체가 떨어져 집을 나간 뒤부터였다. 본체와 본체가 떨어져 나간 존재는 함께이면서도 함께이지 않은 존재가 되었다.

 


문제는 본체의 밤이 열린 때부터였다. ‘에게 본체가 연락해온다. 본체와 함께 모임에 참석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뒤 는 피의자가 되어 경찰 조사를 받는다. 조사를 받는 과정이 나오는데 소설의 또 다른 장치다. 사실인 듯 사실 아닌, 즉 본체를 대신해 조사를 받았으나 본체는 이미 사라지고 난 후다.

 


내 삶이 NG 모음으로 끝나기를 바란다. 싸우던 사람도 그때는 같이 웃는다. 목소리도 달라진다. 배우는 진짜 사람이 되고 관객은 몰입해 있던 세계에서 한 발 빠져나온다. 지금까지 당신이 본 건 현실이 아닙니다. 우리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한 것뿐이에요. 안심하세요. 세계는 안전합니다. 아무것도 망가지지 않았어요. 누군가 모든 영화의 끝에 NG 모음이 붙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83페이지)




 


이 세상에 친구가 없다면 얼마나 막막할까. 슬사모에 참석했기 때문에 동그람 씨를 알게 되었고, 동그람 씨와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도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본체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나온다. 자신의 존재를 잃어버린 듯, 가짜의 인생을 사는 거 같다. 우리 삶이 그러지 않는가. 본체이지만 본체가 아닌 듯 타인의 삶을 사는 거 같지만 그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걸 깨닫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나의 눈물이 비가 되어 흐른다는 걸 아는 순간에 깨닫는다. 천둥처럼 와닿는 그 시간을 견디는 건 곁에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헤어지는 게 슬퍼 엉엉 울어도 새로운 삶을 위해 울음을 그쳐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가야 한다. 새로운 친구들과 살아가는 삶, 그게 원하는 바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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