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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운
티파니 D. 잭슨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평점 :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하고 싶은 소녀가 있다. 꿈 많은 소녀는 각종 오디션을 보러 갈 때마다 기대감에 부풀어 노래한다. 사람들이 자기의 노래 실력을 알아봐 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어느 날 엄마 몰래 오디션에 응모했다가 떨어진다. 그때 유명한 가수 코리 필즈가 다가와 ‘브라이트 아이즈’라고 부르며 노래에 대한 칭찬과 함께 노래 수업을 하면 실력이 좋아질 거라고 말한다. 인스타 디엠으로 사랑 노래를 보내며 소녀의 마음을 훔친다. 더불어 코리 필즈의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하여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다. 인챈티드의 나이 17세, 그는 28세인 성인이었다.
가수가 꿈인 소녀의 성장담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 소설은 미투 운동이 촉발되던 시기에 나왔던 실화, R. 켈리 사건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 아직 미성년인 소녀를 그루밍하고 성 착취했을 뿐 아니라 감금, 폭행했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자살할 거라고, 사랑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며 가스라이팅했다.
티끌 하나 없는 코리의 펜트하우스, 비트주스라고 표현한 피 웅덩이에서 인챈티드가 깨어나며 소설이 시작된다. 코리를 만나서 그가 준 보라색 음료(코데인)를 마신 후 기억나는 건 없었다. 누가 코리를 죽였을까. 인챈티드는 코리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했다. 대중은 코리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그의 노래를 부르고, 인챈티드를 향하여 살인자라고 외친다. 이미 코리가 미성년인 소녀를 감금 폭행하고 성 착취했음을 알리는 뉴스가 터져 나온 때였다.
인챈티드를 애타게 찾는 부모가 경찰을 대동하고 찾아왔을 때, 인챈티드는 왜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의문이었다. 오랫동안 가스라이팅을 당하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인챈티드처럼 행동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여기에서도 문제가 되는 게, 남자 경찰이 인챈티드가 미성년임에도 스스로 선택했다고 여긴다는 거다. 백인이 아닌 흑인이라서, 인종 문제로도 여겨지는 부분이었다. 비행기에서 스튜어디스가 인챈티드의 눈을 바라보며 도움이 필요하냐는 질문은 인상적이었다. 누구라도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스튜어디스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관심 있게 지켜보고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다.
코데인 중독으로 정확히 기억나지 않은 일에 사람들은 더 의심했고 인챈티드를 살인자로 몰아갔다. 백인들이 주류인 사립학교에서 흑인으로 산다는 건 쉽지 않았다. 수영선수로서, 엄마 아빠가 직장으로 바쁜 시간을 대신에 동생들을 돌보는 와중에도 인챈티드는 꿈을 잃지 않았다. 단 하나, 마음을 나눌만한 친구 갭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 코리 필즈에게 갇혀 있으면서 인챈티드는 갭의 전화를 애타게 기다렸다. 갭과 만나기를 간절하게 바랐으나 학교에서 갭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인챈티드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상상의 인물로 여겼다. 갭은 과연 존재할까. 인챈티드가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존재가 맞았던가, 의심하게 했다. 신뢰가 깨지는 순간은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오해에서 비롯됐다. 인챈티드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사람은 갭밖에 없을 것 같았다.
가독성이 좋다. 인챈티드가 코리 필즈의 죽음을 인지한 날에서 처음 코리 필즈를 만났던 상황이 동시에 나타나 몰입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꿈을 좇는 일이 불러오는 악몽 같은 상황에 마음 졸였다. 가진 자가 약한 자에게 행하는 일이 어떠한 결과로 나타나는지 경종을 울리는 듯했다.
아울러 흑인 소녀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노래하고 싶은 소녀의 꿈을 무참히 짓밟고 그루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챈티드는 스스로 일어섰다. 살인 용의자에서 벗어날 방법을 직접 찾았고, 노래에 대한 희망도 잃지 않았다. 우리는 한 소녀의 성장을 본 것이다. 가해자 임에도 권력과 돈으로 무마시켰던 것과 달리 범죄자는 제대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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