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현수동 - 내가 살고 싶은 동네를 상상하고, 빠져들고, 마침내 사랑한다 아무튼 시리즈 55
장강명 지음 / 위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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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싶은 동네를 상상해보긴 했으나 아주 잠깐이었다. 어떤 역사를 지녔다던가, 구체적인 장소나 위치를 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막연하게 그려보기만 했던 것 같다. 작가는 역시 달랐다. 작품 속에도 살고 싶은 동네를 그려 넣어 친숙한 동네, 즉 있음 직한 동네로 인식하게 했다. 사회, 정치부 기자였던 경험으로 꽤 날카로운 글을 쓰는 작가로 알고 있어서 지방 출신인 나는 당연히 현수동이 존재하는 줄 알았다. 작가가 만들어낸, 살고 싶은 동네였을 줄이야.


 

알다시피 아무튼 시리즈는 작가들이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하는 에세이다. 작가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글이라 좋아하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작가의 상상의 도시를 들여다볼 줄은 몰랐다. 물론 작가의 성격답게 작가가 상상하는 현수동의 위치를 실재하는 몇 개의 동에서 따왔다. 현수동은 서울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 일대로 여의도에서 서강대교를 타고 한강 북쪽으로 왔을 때 좌우로 펼쳐지는 동네다. 마포구 현석동, 신수동-구수동, 신정동, 서강동, 하중동, 창전동 일부에 해당된다. 물론 서울 사람이 아니기에 그 지역이 제대로 머릿속에 각인되지는 않는다. 그저 어느 정도 위치일 것 같다, 라고만 여길 뿐이다. 현수동은 작가가 만든 세계다. 여러 단편에서 현수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거라고 했다. 이러다가 실제로 동 이름이 바뀔 수도 있겠다.

 


밤섬의 역사를 제대로 읽은 건 처음이다. 물론 어디선가 읽고 잊어버렸을 수도 있다. 1960년대까지 밤섬의 주민이 천 명에 가까웠다고 한다. 1968년 한강 홍수를 막기 위해 폭파했고, 지금은 새들의 천국이 되었다.

 


현수동의 골목에는 이중섭의 <화가의 초상>이 작은 벽화로 그려져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박근자의 그림과 영화 <오발탄>의 한 장면도 좋다. 김수영이 구수동에서 쓴 시들이 적혀 있어도 좋다. (50페이지)

 


작가가 살고 싶은 동네를 상상하고, 작가가 만든 동네에서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길 수 있는 마음이 부럽다. 우리가 놓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고, 아울러 역사의 한 귀퉁이에 속해있는 그 장소를 현실화하여 실재하는 동네처럼 여기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현수동이라는 동네를 걷고 있는 작가를 상상해본다. 현수동의 도서관에서, 혹은 길거리를 산책하는 작가는 어떤 사람들이 이곳에 존재할까 관찰하며 지날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이 소설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으며, 상상의 동네를 작품에 나타내는 작가니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자신이 사는 마을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삶을 사랑하고 또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자기 삶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자기가 사는 마을만 사랑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이 인류애 없이 자기가 사는 마을만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런데 나는 분명히 광흥창역 일대를 사랑했다. (143페이지)

 


사람은 과거에 살았던 동네를 추억하고, 현재 살고 있는 동네를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동네에 애정이 생겨 쉽게 거주지를 옮기지 못하는 건 꽤 많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고서야 사는 곳을 떠나 멀리 이사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살았던 동네 언저리를 맴돈다. 사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동네를 사랑하고 그곳에 계속 머물고자 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 아파트 뒤로 산이 있어 한가할 때면 뒷산에 올랐었다. 타 지역으로 빠지기도 쉬운 위치에 있어 십 년 넘게 살고 있지만 언제까지 머물지는 알 수 없다.

 


작가가 만든 세계는 앞으로도 작가의 작품에서 자주 만날 것 같다. 그 상상의 세계에서 다시 현수동을 생각할 거 같다. 작가의 작품에 나타난 현수도서관의 풍경이 머릿속에 맴돈다. 책이 필요하거나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좋은 장소가 되어줄 것이며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장소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그 장소에서 일어날 다양한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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