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뇌과학 - 인간의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라지는가
리사 제노바 지음, 윤승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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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기억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전에는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데 탁월하다고 여겼는데 말이다. 안타까운 건 어쩔 수 없다. 분명히 아는 인물이 있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입에서 맴돌기만 할 뿐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럴 때 나는 검색 사이트에 연관어를 검색해보고 찾는 과정을 겪는다.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내 이야기라 여기면서 책을 읽었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다만, 알츠하이머를 늦출 수 있다면, 이왕이면 죽을 때까지 온전한 기억을 가지고 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리사 제노바가 쓴 소설 스틸 앨리스의 동명 영화에서 주인공은 차라리 암에 걸리고 말지 기억을 잃어간다는 건 너무 슬프다고 했었다. 물론 정확한 대사는 아니다. 그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온전한 존재가 아닌 것만 같다. 곁에 있는 사람이, 사랑하는 가족이 누구인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슬프다. 그토록 총명하던 분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앉아있는 모습은 안타깝다. 그게 슬프다. 우리도 얼마 뒤 똑같은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다. 노인이 되었을 때 우리의 반 이상이 알츠하이머라고 한다. 어느 시기가 되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다. 우리라고 피해 갈 수 없다.

 


뇌는 지루하고 익숙한 것들은 지독하게 잘 잊어버리지만 의미 있고, 감정을 자극하고, 예측을 벗어나는 경험들은 기가 막히게 기억한다. 기억에 남는 저녁 식사가 있다면 한번 생각해보자. 모두 어떤 식으로든 특별한 점이 있다는 사실을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은 기억들은 점점 희미해지다가 사라진다. (91페이지)

 


의미 있는 일이 아닌 일상적인 일이라면 대부분 그날을 기억하지 못한다. 감정을 자극하는 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무엇이든 맥락이 중요하다. 기억에 관련된 용어를 살펴보자. 일화기억은 내 인생에 일어난 일들에 관한 기억이며, 섬광기억은 충격적이고 의미 있으면서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킨 경험들에 대한 기억이다. 어제 뭐 먹었는지도 기억하기 힘든 요즘 일화기억들을 엮어 자서전적 기억을 만들어도 좋겠다. 일상에서 벗어나 안 가본 도시로 휴가를 떠나는 방법이 있을 거고, 모바일 기기를 끄고 세상을 바라보는 법, 우리가 무엇을 느끼는지 스스로와 소통하기, 반복하여 기능을 강화하고, 오늘 경험한 일을 일기로 남기는 방법이 있다. SNS를 활용하여 기록을 남기는 방법도 있다. 특별한 일이 있었을 때 느낌을 간단하게 적어 사진과 함께 올렸던 페이지를 들여다보면 그때의 감정과 기억이 떠오르는 걸 느낄 수 있다. 즉 뇌에 저장한 정보를 유지하고 싶다면 계속 활성화하면 된다. 정보를 자꾸 되뇌고, 회상하고 되뇌는 것을 반복하는 거다.

 


일 년 정도 직장을 쉴 때 휴대폰에 시간대별로 알람을 설정하여 사용했다. 미래기억을 위한 단서 남기기다. 어마어마한 고가의 첼로를 깜박하고 택시 트렁크에서 꺼내지 않고 내렸던 요요마처럼 누구나 그럴 수 있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나갈 때 잊지 않으려고 현관에 두었던 물건이 쌓여가는 장면을 상상해보니 한편으로는 웃기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하는 거다. 물론 나이가 들어가면서 잊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겠지만 이십 대도 그럴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심하게 된다.

 


시간의 무게를 피할 수는 없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노화로 인한 기억저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건강을 위해 누구나 강조하는 것. 지중해식 식단을 실천하고 정기적으로 운동하고, 매일 명상하고, 매일 여덟 시간씩 수면을 취한다면 기억 나이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잠이야말로 진정한 슈퍼히어로인 셈이다! (226페이지)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장 두려운 게 알츠하이머가 아닐까. 고혈압, 비만. 당뇨, 흡연,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등은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뿐만 아니라 만성적 수면 부족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위험 요소다. 알츠하이머병에 좋은 운동은 수면 부족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니 더할 나위 없다. 뇌에 인지자극을 주고 싶다면 운동하고, 새 친구를 사귀고, 안 가본 도시를 여행하는 것이다.

 


낯선 장소를 여행하는 것,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잠이 기억을 좋게 한다는 것, 알츠하이머병에 좋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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