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우리 주변으로 다가온 지 꽤 되었다. 일상의 한 부분처럼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편의점으로 간다. 특히 심야 시간에 더 빛을 발한다.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 중 나이 든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다. 다른 곳보다 시급이 적어 알바생이 자주 바뀐다. 그런데 체격이 곰처럼 크고 듬직한 사람이 야간을 맡고 있다면 편의점 점장으로서는 믿을 만하리라.


 

신분증, 신용카드, OTP, 통장 등 모든 것이 들어있는 파우치를 잃어버렸을 때 노숙자가 찾아준다는 게 가능할까. 독고 씨로 불리는 그가 나타나는 순간부터 이 소설은 판타지로 보였다. 실제로는 이런 일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내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는 가정 하에 말하는 거다.


  

부산을 향하는 기차 안에서 염영숙 여사는 파우치가 사라진 걸 알았다. 이어 전화가 걸려와 파우치 주인을 묻는다. 배가 고프다며 편의점 도시락 먹으면 안 되겠냐고 해서 그러라고 했더니 도시락값이 찍혔다. 다시 출발한 서울역으로 향했다. 몸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는 노숙자였다. 염 여사는 그를 데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편의점으로 데리고 가 산해진미 도시락을 데워 주었다. 알바생 시현에게 이 남자가 오면 언제든지 도시락을 챙겨주라고 말했다. 매일 정해진 시간, 도시락 폐기시간에 맞춰 찾아와 도시락을 먹고 갔다. 그리고 야간을 책임져 주던 성필 씨가 그만두게 되자 독고 씨에게 편의점을 맡아 달라고 한다. , 술을 마시지 않을 것과 가불해 줄 테니 돈으로 목욕탕에 들러 씻고 새 옷을 사 입으라고 말했다.

 


이렇게 독고 씨는 편의점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된다. 염 여사의 편의점을 책임져 줄 뿐 아니라 시현이 근무하는 시간대에 찾아오는 JS(진상) 손님을 해결해 준다. 노숙자 출신이라며 대놓고 싫어하는 선숙 씨에게도 아들과의 일을 듣고 조언해주는 사람이다. 진상을 대할 때는 강하게, 친절이 필요한 할머니들에게는 배달 서비스까지 해줄 줄 알았다. 좋은 곳에 투자하겠다며 편의점을 팔라고 재촉하는 염 여사의 아들 민식에게는 대차게, 민식이 고용한 흥신소 곽의 미행을 못 본 척 눈감아주고, 필요한 제품이 없어 불편한 편의점이라고 부르는 한밤에 찾아오는 작가 인경에게 줄 산해진미 도시락을 몰래 숨겨놓기까지 한다.

 


반말하는 사람에게는 반말로, 편의점 대표의 아들이라며 계산하지 않은 남자에게는 계산할 때까지 물건을 주지 않는 것, 술 마신다며 가족이 싫어하고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의료기기를 파는 사람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오히려 도움을 주기까지 한다.

 


그런 그에게 어떤 사정이 있었기에 노숙자로 살게 되었으며 알코올 중독으로 자신의 이름도, 가족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궁금할 수밖에 없다. 편의점 일을 배우며 점점 기억이 돌아와 자기의 직업을, 가족들이 생각해 낼 수 있었다. 자기가 어떤 인간이었는지 비로소 깨닫기 시작한 거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252페이지)

 


평범한 이야기 같은데, 읽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편의점과 그 시간을 지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은 곧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각자 가지고 있는 고민, 미래를 위해 공시생으로 있든, 새로운 투자처를 마련해 돈을 벌고 싶든 우리 주변에서 있음 직한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공무원 준비를 하며 편의점에서 일할 것이고, 누군가는 돈벌이 안 하는 가족들을 대신해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웃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하여 너무 무관심하지는 않았는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다. 물론 작은 친절이 과도한 관심으로 변해 불편함을 유발할 수도 있다. 서로의 경계를 지키며 할 수 있는 것을 해주는 것. 소통에서 오는 관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불편한편의점 #김호연 #나무옆의자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북리뷰 #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한국문학 #벚꽃에디션 #올해의책 #예스24올해의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