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
E. M. 리피 지음, 송예슬 옮김 / 달로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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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매체에 드러내는 사람들은 모두 마른 체격을 가졌다. 마치 그게 정석인 것처럼 잣대가 되어 여성들을 괴롭힌다. 배우들처럼 45킬로 정도 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내 주변에 체구가 작고 대체로 날씬한 사람들의 몸무게는 거의 50킬로 안팎이다. 여성의 입장에서 체중 혹은 몸매는 영원한 숙제다. 나 또한 평생 다이어트를 생활화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갑상샘저하증 특성상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숙제처럼 덜 먹고 더 움직이려고 한다.

 


뚱뚱한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타인의 잣대와 나의 잣대의 차이는 뭘까.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내는 방법들을 나타내는 소설이다. 그 방법의 하나는 자기 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닐까. 뚱뚱한 자기 몸이 싫어 마구 먹고 후회의 반복이다. 누군가 괜찮다고 말해주면 또 위안을 얻게 된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나탈리는 학교를 그만두고 혼자서 여행 중이다. 혼자 하는 여행은 훌쩍 크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혼자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고, 혼자 있는 시간만큼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심연에 들어가 자기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 자유롭게 지내려고 떠난 여행에서도 나탈리는 강박에 지쳐있다. 옆 방의 마리아가 발리의 남성들과 연애를 즐기고 어울리려고도 했다. 잘생긴 남자와 몇 번의 만남을 가지고 싶어도 쉽지 않다.


 

내가 두둥실 떠올라 몸 위로 올라간다. 그렇게, 천장에서 내려다보는 내 몸은 퉁퉁하다. 죄책감에 어쩔 줄 모르는 몸뚱어리. 무력한 나를 내가 지켜본다. 자기혐오와 설탕 덩어리로 가득 찬 공이 되어, 내가 저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다.

그냥 존재가 몽땅 사라졌으면. (59페이지)

 


발리와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페루를 혼자 또는 친구와 여행하면서 나탈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나탈리를 대하고, 나탈리는 조금씩 성숙해간다. 자신감이 생기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된 것이다. 여행에서 얻은 결과다.

 


나탈리가 여행하던 중 피트니스 센터에서 스핀 클래스를 맡아 하는 장면은 의외였다. 교사가 직업이었기에 여행이 끝난 후 다시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선택할 것 같았는데 그녀는 주제를 가지고 어딘가를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짜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강사 생활을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그 일이 재미있었다. 나중에는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 한다.


 


 

 

암스테르담을 향하는 비행기에서 매력적인 남성 줄리언을 만나 전개되는 이야기 또한 놀랍다. 붕대로 칭칭 싸인 줄리언의 몸이 자유로워졌다는 건 알겠는데 그 이후의 이야기가 왜 없느냐 말이다. 누구보다 줄리언을 이해할 것으로 보인 나탈리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여행하면서 많은 것을 터득했던 나탈리와 줄리언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아 못내 궁금했다. 상상만 해도 아찔했는데 말이다.

 


삶은 알 수 없다는 거다.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다양한 사람들 속에 깃든 마음을 들여다보고, 서로 얘기가 통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겪어 보지 않았던 일들을 해보는 삶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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