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 박서련 일기
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기만큼 그 사람의 진심이 드러나는 것도 없다. 평소 꽁꽁 숨겨 둔 마음을 일기에는 고스란히 쓰게 되니 말이다. 물론 남에게 보여주는 일기는 어느 정도 언어 순화를 거쳐야 하고, 정체가 드러날 사람들을 이니셜로 표기해야 한다. 그렇게 일기를 쓰다 보면 전혀 생각지 못했던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어느 날의 일기는 삶의 발자취가 되어 그날을 기억하게 된다. 하루 중 필요 없는 날이 있을까. 매일 매시간 나의 언어와 행동으로 마감되는 것들이 모여 나의 삶을 이루는 것이다.

 


작가의 첫 산문집은 언제나 기대감을 갖게 한다. 소설 속에서 유추하는 작가보다 진심을 드러내는 글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며 어쩐지 작가와 친분이 있는 사이인 것만 같다. 그래서 작가의 산문을 읽게 되는 거 같다.


 


 

 

그러고 보니, 작가의 소설을 꽤 여러 편 읽었다. 단편에서부터 장편까지 출간되는 소설을 찾아 읽었던 거 같다. 프로필에서 어려 보이는 외모에 놀랐고, 글 속에서 드러나는 날카로운 시선이 좋았다.

 


작가의 일기는 뭐랄까, 굉장히 사적이었다. 다른 작가들의 이야기에 비하여 그렇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약간의 우려까지 생기는. 잘 모르는 타인에게 진심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는 성격 탓일지도 모른다. 2018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으로 등단한 줄 알았는데, 그 전부터 작가는 여러 매체에 글을 쓴 것 같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기록들이 일기 편으로, 상하이 여행기, 다음엔 2020년부터 시작하는 월기로 구성되어 있다.


 

게임을 좋아하여 즐기는 모습에서는 아직 어린 사람처럼 여겨져 어쩐지 귀여웠다. 아마 다른 사람도 느꼈을지 모르겠으나, 작가가 만난 사람들과 음식과 맥주를 즐기는 모습에서 맥주 한 잔을 옆에 두고 홀짝거리며 읽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했다. 달달한 케이크나 맥주가 생각나는 글이었다.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라고 말하면 왠지 카페에서 예쁜 모양으로 나오는 브런치를 먹을 거 같지 않나. 작가는 예쁘게 나온다며 돈가스를 먹었다. 그것참 재미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서른한 살이면 한국 기준 젊은 작가일 순 있어도 천재 소녀같은 것은 될 수 없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기특하다는 듯, 갸륵하다는 듯…… 대체 왜? (179페이지)


 

이게 불만인 거 같은데, 작가가 어려 보이는 외모라 그저 하는 것마다 예쁘다, 귀엽다 할 거 같다. 이런 시절은 어느 순간에 사라질 것이므로 그걸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공기 중에 흩어지는 말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느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혹시 비슷한 사연을 가진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는 거 같다. 잘못된 생각인 줄 알면서도 뭔가 작가와 연관시키는 습관이 있었다. 함부로 예단하는 건 금물이다.

 


작가의 솔직한 일기였다. 처음 일기를 썼던 때와는 어엿한 유명 작가가 되지 않았나. 월기에서 일기보다 성숙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성숙해지기 마련이고 좀 더 작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고 글을 쓸 것이다. 다음 일기는 언제쯤?

 

 

#오늘은예쁜걸먹어야겠어요 #박서련 #작가정신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북리뷰 #리뷰 #서평 #도서 #문학 #에세이 #에세이추천 #한국에세이 #한국문학 #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