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더운 우리 집
공선옥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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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살고 있던 집은 논길을 돌아 주택들이 여러 채 있던 곳 가운데쯤 자리하고 있었다. 흰색 벽이었고, 자그마한 이층집이었다. 제일 큰 공간은 서재였다. 책장이 한 곳에 자리 잡고 길다란 책상이 있던 곳. 넓은 공간 한쪽에는 소파가 있었던 거로 기억된다. 2층의 방 들을 포함해 1층의 방은 작았다. 잠깐 낮잠을 자도 좋을 곳. 고양이들이 좋아할 자그마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부엌. 창문이 커, 창문을 통해 밖으로 음식을 내보낼 수도 있었던 곳. 목재로 된 식탁에서 김장 김치를 꺼내놓고 뜨거운 밥을 먹었다.


 

책을 읽는데 어쩐지 그 공간이 자꾸 떠올랐다. 눈이 와 녹은 마당이 질척거렸고, 개가 한 마리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나만의 집을 갖겠다는 생각을 했던 시기가 아니어서 유심히 바라보지는 않았다. 그저 이 공간이 아름답구나. 그렇게만 생각했다.


 


 

 

최근 집들에 관한 에세이를 몇 편 읽게 되었다. 집을 추억한다는 건 시절을 추억한다는 거다. 집은 우리가 거쳐온 공간이다. 가족의 기억들을. 우리가 머물렀던 공간을 떠올리게 된다. 무엇보다 엄마와 아빠. 유년시절의 우리가 있다.

 


사랑과 행복 가득한 집보다는 햇볕이 들지 않아 오히려 추운 집의 시간을 그린다. 그곳에는 엄마, 아빠가 계셨던 곳. 시골이라 책 한 권을 구하기 어려운 시간을 기억한다. 전남 곡성의 서향집에서부터 작가가 머물렀던 집들은 비록 화려한 집은 아니었고, 소박한 공간일망정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작가가 존재할지 모른다.

 


태어나서 열일곱 살 때까지 살던 집, 그 뒤로 거친 여러 집. 그리고 방황하듯 여러 도시를 떠돌았던 집. 그리고 현재의 집을 짓기까지의 과정과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건넨다. 작가가 살고 있는 집은 수북이라는 곳으로 할머니들과의 일화를 말하는데 상당히 다정하고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글을 쓸 때 사투리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작가는 엄마들이 했던 말들. 할머니들의 말을 있는 그대로 옮겼는데 정감있다. 책에서 보는 전라도 사투리가 이렇게 정감있게 들려온 적이 없다.

 


순하디순한 전라도 엄마들의 말이 꽃 같았다는 표현을 했다. 자식들에게 아가라는 호칭을 썼는데 그 호칭은 자식들의 나이가 서른 살이 넘어도 변하지 않았다. 지금이야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없지만, 예전 할머니들에게 그런 말을 들은 것 같다. 다정하고도 애정이 넘치는 악아 혹은 아가라는 말. 다시는 들을 일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나에게 내 집이란 어떤 집인가. 내게 내 집이란 어떤 집이어야 하는가. 내게 집이란 무엇인가. 어디로 떠나도 언제고 돌아올 수 있는 집, 나와 오랜 세월을 함께한 내 물건들이 편히 자리 잡고 있는 공간, 그곳이 내 집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가지고 있다가 값 오르면 팔고 나올 부동산이 아닌, 비 오는 날의 우산으로서의 집. 눈 오는 날의 베이스캠프. (79페이지)


 


 

 

작가의 다정한 언어들을 계속 읽었으면 싶었다. 할머니들뿐인 동네여도 소소한 일상들을 글로 남겼으면 하고 바랐다. 책을 읽고 동생과 함께 그 집을 방문했던 이야기를 했다. 지금도 눈에 선하여 다시 한번 그 집에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도를 띄워 주소를 검색해보고는 곧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이란 무엇인가? 가족과 함께 머물 수 있는 장소? 오래전에 살았던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이다. 시골의 바닷가 마을. 엄마의 산소에 갈 때 한 번씩 가보게 되는데 집터만 있는 곳을 바라보아도 그 시절의 우리를 떠올리게 된다. 집은 그리움과 동의어일지도 모르겠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그리운 시절이 있는 곳. 그게 바로 집이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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