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1
정소현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파트는 천장과 벽, 바닥을 공유하고 있다. 어쩔수 없이 만들어낸 소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사람사는 소리로도, 혹은 층간소음의 주범으로도 만든다. 최근의 사람들은 화가 많은 것인지 예민한 사람이 많은 것인지 층간소음 문제가 많다. 층간소음 문제가 일어나면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에서 먼저 해결하게 하는데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이웃사이센터가 출장을 나와 중재하기도 한다. 그러나 궁극적인 층간소음 문제는 누군가 해결해줄 수 없는 일 같다. 결국 당사자들이 참고 살거나 이사가는 방법 밖에는 없다. 그러나 이사라는 건 마지막 보루다. 자기의 보금자리에서 나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므로. 아래층에서 층간소음 문제를 제기하면 층간소음 매트를 깐다든지 나름의 방법을 모색해보고 그래도 해결이 되지 않을 때 결국 이사라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한 사람을 몇 보았다. 아파트가 떠나가도록 서로 싸우고 경찰이 출동하기도 하였지만 어떤 경우 층간소음 문제 제기를 한 부부에게 손자가 생겨 돌보게 되자 씻은 듯이 사라졌다. 엘리베이터에서 아래층 버튼을 누르면 조심스럽게 묻곤 한다. 옆 라인인지 자기 집 바로 아래층인지를 묻는 것이다. 또 다른 건은 수없이 문제 제기를 했고 위층의 몇 집을 이사 보낸 분이 결국 요양병원에 들어가며 조금 수그러든 적도 있다. 



이러한 것들이 결국 외로움의 문제인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발소리 하나만으로도 예민해져 층간소음 문제 제기를 한 여성을 보고서다. 열일곱 살 딸과 남편과 함께 사는 여자가 아이를 낳은지 10년이 지나 산후풍을 앓게 되었고 바람 한 점, 소음 하나도 견딜 수 없어 했다. 그 원인이 며느리를 믿지 못했던 시어머니에게 왔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급기야 남편의 전처 아들과 남편 그리고 시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딸과 함께 남아서 마치 그것이 살아가는 방법인양 윗집을 괴롭히는 모습에서 도시가 만들어낸 외로움의 실체를 엿보는 것만 같았다. 마음의 병이 만들어낸 외로움을 표현하는 한 방법으로 보였다.



아파트에서 칼부림 사건이 벌어졌다. 층간소음때문에 일어난 사건으로 아파트 주민들은 가해자가 전부터 층간소음 문제를 일으켰던 1111호로 보았다. 하지만 칼부림을 한 여자는 1112호였다. 1112호도 1111호의 층간소음 피해자였다는 게 중요하다. 1111호는 1211호 입주자를 이사가게 만들었으며 아래층의 거주자도 이사를 가게 한 후에는 그 타겟을 옆집 1112호로 돌렸다. 우퍼 스피커를 이용해 같은 음악을 계속 틀었을 뿐 아니라 벽을 두드렸다. 피해자였던 1112호는 이제 가해자가 되어 옆 집의 벽을 두드렸다. 1111호 여자가 윗집에 가서 소음을 낸다며 의심을 하였다. 이미 1111호 여자는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그 집엔 딸이 살고 있었을 뿐이었다. 급기야 이른 새벽녘 윗집에서 나오는 사람에게 칼을 휘둘렀다. 



저마다 문제를 안고 있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게 클 것 같다. 1112호는 스트레스로 직장을 더이상 다니지 못해 남편과 이혼할때 아이의 양육권을 가져오지도 못했다. 모든 원인을 내가 아닌 타자로 돌리는 습성이 엿보였다. 1111 여자도, 1112호도 그렇지 않았나. 지금의 사회는 무언가를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견딜 수 없어졌다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힘든 사회가 되었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층간소음 문제를 더 불러 일으켰다고도 한다. 바이러스 때문에 집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나타난 현상이다. 오죽하면 코로나 블루라는 말까지 생기지 않았나. 



누구나 한번씩은 경험해보았을 층간소음 문제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모두는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더불어 우울증의 한 형태로 변질되는 층간소음의 가해자가 되어서는 안될 것 같다. 결국 가족간의 문제가 불거져 이러한 결과가 나오지 않게 주변을 돌아볼 일이다. 소설 속의 상황이라고 우겨서는 안될 일이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더 안타까웠던 소설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일, 어쩌면 작가도 경험했을 그 고통의 시간을 그린 것 같았다. 층간소음 문제도 결국 사회문제의 하나로도 보았던 작가의 시선이 의미심장했다.   



#가해자들  #정소현  #현대문학  #책  #책추천  #책리뷰  #소설  #소설추천  #핀소설  #핀소설시리즈  #현대문학핀시리즈  #핀시리즈  #월간핀리뷰대회  #신간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