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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애슐리 ㅣ 테이크아웃 1
정세랑 지음, 한예롤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6월
평점 :
정세랑의 소설을 찾던 중 이 책을 발견했다. 테이크 아웃 시리즈로 젊은 작가 20명의 단편 소설을 역시 젊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그림을 넣은 작품이다.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활동범위를 넓혀주는 책 같아 반가웠다. 이 시리즈를 이제야 알게 되어 조금 안타까울 뿐이다.
정세랑의 소설답게 이 소설은 저 멀리 미지의 섬에서 일어난 일들을 다루고 있다. 역시 우주의 소행성으로 떨어져 본토가 사그러지는 SF적인 내용이다. 그럼에도 아웃사이더로서 섬에 살며 어떤 인간으로 살 것인가를 묻는 소설이기도 했다.
애슐리는 생김새는 본토쪽이나 섬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 어느 직장도 오래 견디지 못하는 애슐리는 유람선에서 정체불명의 춤을 추는 일을 한다. 어느 날 우주의 소행성이 섬 쪽으로 날아왔고 그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본토를 초토화시켰다. 살아남은 본토 사람들은 섬으로 향했고 섬에서는 본토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애슐리가 일하고 있던 유람선은 긴급 구호선이 되었다. 섬의 청년회는 애슐리에게도 자원봉사자로서 도와달라고 했다. 그만큼 일손이 필요했다.
꾀죄죄한 몰골의 한 여자아이가 그녀의 팔을 잡아 당겼다. 애슐리는 한 팔로 아이의 허리를 감고 나머지 한 손으로 아이를 씻겼다. 아이의 엄마가 찾아와 고맙다며 아이를 데려갔다. 아시아 남자가 아이 얼굴 씻길 때의 장면으로 사진으로 찍었던 듯 했다. 보도용이라며 남자는 사진을 써도 되느냐 물었다. 별생각없이 쓰라고 했던 애슐리는 그 사진이 전 지구 사람들이 다 아는 사진이 된 후에야 그 사진을 보았다. '섬의 애슐리'라고 불리게 된 애슐리는 섬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어 있었다.
똑똑했던 새엄마의 딸 셰인도 의사로 일하면서 애슐리에게 인터뷰를 잡아달라고 할 정도였다. 또한 마을 청년회를 이끄는 청년회장 아투는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어깨 카누 축제'가 열렸을때 자기 카누에 올라타 춤을 춰달라고 했다.
일러스트와 함께 <섬의 애슐리>는 무척 짧은 소설임에도 매력적이었다. 역시 정세랑다운 소설이라고 할만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것 같다. 이용가치가 없어질 때까지 이용하려하는 욕심많은 인간의 한 단면들을 보게 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곁에 있는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 했다는 게 너무 현실적이어서 슬펐다. 조금은 예감했으면서도 씁쓸한 행동이었다.
중단편 소설의 다양한 시도가 좋다. 점점 장편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 단편 소설도 읽기 버거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과 함께 단편소설이 한 권의 책이 되어 덜 지루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두꺼운 책을 읽지 못한다면 이러한 테이크 아웃 시리즈처럼 단편소설이 한 권의 책으로 읽힌다면 반길 일이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책읽기를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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