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먼저 중국에서 방영했던 동명의 드라마 <소녀 화불기> 때문에 출간된 듯하다. 고대의 중국을 배경으로 한 무협 로맨스 드라마가 한때 무척 사랑받았던 것 같은데 이 소설 또한 비슷한 드라마로 보였다. 열서너 살과 열일고여덟 살의 청춘들이 나와 출생의 비밀과 사랑 그리고 하늘을 나는 경공의 무술을 보여주는 내용이 꽤 익숙하면서도 재미있었다. 



소설을 다 읽고 이 드라마를 검색하여 잠깐 몇 장면을 보았는데 주인공들의 외모에 실망하여 대강의 느낌만 보았다. 소설처럼 전생을 기억하는 내용을 다루지 않았으며, 소설처럼 주인공들의 미모가 빛을 발하지 못하여 드라마에 대한 호기심이 반감되었다. 특히 영롱한 눈빛을 발하였던 화불기를 제대로 매칭하지 못하였던 것 같다. 아마 최종회 장면만 보아서 그 매력을 찾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약령진의 거지 화구가 주어온 아이 화불기는 과거 전생의 기억을 안고 있다. 다섯 살 때부터 꽃파는 아이였으며 물건 훔치는 법을 배웠을 뿐 아니라 더 나이가 들어서는 사기결혼을 하여 벼랑에서 떨어져 죽었다. 이 모든 것을 가르친 사람이 산 오빠였다. 전생에서도 부모없이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던 화불기는 현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를 주워 길렀던 화구는 불기가 다섯 살 때 얼어 죽었다. 화불기는 살고자 하여 개의 젖을 먹었고 개의 밥을 나눠 먹었다. 그래서 약령진에서 화불기를 가리켜 개어미가 기른 아이라 일컬었다. 약령진에서 거두어 채마밭을 가꾸는 계집종이었던 화불기는 목숨처럼 아끼던 개를 죽인 운랑때문에 그녀는 또다른 삶의 한가운데에 섰다. 황제의 마지막 형제인 칠왕야의 숨겨진 딸일지도 모른다는 것. 칠왕야는 과거 한때 그녀의 어머니였던 설비를 사랑하였으며 다른 사람과 결혼한지 일년도 되지 못하여 죽었던 설비에게 딸이 하나 있었음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화불기가 과연 칠왕야의 군주일까? 라는 궁금증과 그녀 주변에 나타난 젊은 귀공자들의 면면을 살피며 누가 화불기의 짝이 될까 생각하며 소설을 읽었다. 화불기의 곁에는 몇 명의 귀공자가 있는데 모두 인물이 출중하며 하나같이 무예 실력이 뛰어나다. 먼저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절세미남 전략가 막약비, 자신감 넘치는 미소년 운랑, 속을 드러내지 않는 칠왕야의 세자 진욱,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강호의 협객 연의객, 그리고 화불기에게 정혼하자며 나타나는 동방석이 그들이다. 칠왕야가 그림으로 설비의 딸을 찾을 때 화불기를 이용하여 이익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불기를 거두어 키웠던 약령진의 임가도 그랬고, 막약비 또한 그녀를 이용하여 얻고 싶은 게 있었다.   




더할나위없는 외모를 가진 주인공들의 얼굴이 그려진 책표지때문에 굉장히 사랑스러운 로맨스 소설일 것이라는 예감 그대로였다. 인연은 왜 이렇게 얽혀 있으며 얽힌 인연을 풀어가는 방법은 우리나라나 중국이랑 비슷한 것인지 슬며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며 화불기의 인연도 변하게 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동방석이라는 인물이 매력적이었다. 아무래도 작가가 화불기의 짝으로 낙점한 인물이 있었기에 동방석의 역할이 제대로 빛나지 못했던 것 같다. 신묘한 실력을 보여주는 의술 또한 많은 인물을 구할 수 있었을텐데 조금 아쉬웠다. 



화불기는 전생에 꽃파는 아이였으며 소매치기로도 활약을 했다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며 고대의 구걸하는 아이로 태어났다. 문제는 그녀 뿐만 아니라 전생에서 함께 살았던 산 오빠가 망경 막부의 작은 주인이자 천하제일의 미남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화불기는 자기가 알게 된 사실을 숨기고자 했고 이번 생에서는 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 까닭에 현생와 전생을 오가는 타임슬립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만 전생을 기억하기만 할 뿐 현생에 머물렀다. 



거리에서 꽃을 파는 여섯 명의 아이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이 소설을 완성했다고 작가는 말했다. 집으로 돌려보내도 다시 나와 꽃을 사는 어른들을 에워싸는 장면들을 설명했다. 그 아이들 중의 한명에게서 화불기를 그렸다고 했다.  과거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이번 생에서는 좀더 행복한 삶, 누군가에 매어있지 않은 삶을 살길 바랄 것 같다. 





화불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소녀가 되었다. 영특한 머리를 가졌고 아버지인 화구에게서 모든 살아가는 방법을 물려 받았다. 칠왕야의 군주로서도 막부의 의녀로서도 살고 싶지 않았다. 자유롭고 싶었기에 화구의 유언을 받들었다. 현재의 북경을 살아 보았기에 화불기는 순종적인 삶보다는 주체적인 삶, 새로운 삶을 살고자 했다. 소설 전반에 걸쳐 화불기는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을 피력했다. 



무협 판타지 로맨스 소설답게 술술 읽힌다. 다양한 인물들이 나와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소설을 읽다보면 어느새 소녀 화불기의 매력에 빠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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