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랑 놓치지 마라 - 수도원에서 보내는 마음의 시 산문
이해인 지음 / 마음산책 / 2019년 11월
평점 :
일시품절


이해인 시인의 책을 오랜만에 읽었다. 『민들레의 영토』 초판본을 구매해놓고는 비닐을 뜯기 아까워 그저 보관만 하고 있다가 시인의 신간 산문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어쩐지 애틋해졌다.

 

시와 함께 읽는 산문을 읽으며 마음이 정화 됨을 느꼈다. 그동안 쌓였던 마음의 찌꺼기들이 책을 다 읽고난 순간에 없어진 느낌이랄까. 내가 욕심부리는 것, 쌓아놓는 물건들 아무것도 아닌데 너무 붙잡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들 

 

산 너머 산

바다 건너 바다

마음 뒤의 마음

그리고 가장 완전한

꿈속의 어떤 사람

 

상상 속에 있는 것은

언제나 멀어서

아름답지

 

그러나 내가

오늘도 가까이

안아야 할 행복은

 

바로 앞의 산

바로 앞의 바다

바로 앞의 내 마음

바로 앞의 그 사람

 

놓치지 말자

보내지 말자   (「가까운 행복」 전문 『작은 기쁨』 에서)

 

시인의 시와 함께 수록된 산문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움키고 살려고 하는가에 대한 깊은 통찰이었다. 가장 진부한 말이기도 한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게 한다.

 

공기나 햇빛은 너무도 가까이 있어 우리가 누리는 축복을 자주 잊게 되고 고마워하는 마음 또한 그리 절절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43페이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공기나 햇빛, 그것들을 마음껏 느끼며 거리를 활보했던 게 먼 옛날인것만 같다.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 감염병때문에 공기나 햇빛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다. 누군가가 전하는 바이러스를 차단하고자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나 깨닫는다. 43페이지의 위 문장을 읽은데 너무도 공감하였다.

 

날마다 순간마다

숨을 쉬고 살면서도

숨 쉬는 고마움을

잊고 살았네

 

내가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 또한

당연히 마시는 공기처럼

늘 잊고 살았네

 

잊지 말자

잊지 말자

다짐을 하면서

 

다시 숨을 쉬고

다시 사랑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

새롭게 사랑하니

행복 또한 새롭네  (「행복도 새로워」 전문 『작은 기쁨』 에서)

 

최근 행복하다 여기지 못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그럴 것이다. 코로나 때문인데, 코로나 때문에 계획했던 여행도 가지 못하고 집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우울하다. 그래도 조심조심 국내를 여러 번 가기는 했지만 우울한 건 우울한 거다.

 

오늘 가족 톡에서 딸이 재작년에 다녀온 대만을 가고 싶다며 ㅠ.ㅠ 표시를 했다. 예전에 갔던 여행사진을 들춰보며 몇 장씩 투척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는 게 참 슬프다. 하지만 「행복도 새로워」라는 수녀님의 시를 읽으면 그저 숙연해진다. 지금의 상황과 너무 똑같은 시어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에 대한 소중함. 그 행복을 새롭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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