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다스슝 지음, 오하나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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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엄마를 떠나보내고 늘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처럼 아픔이 남아 있다. 주변에서 말하길, 돌아가시기 전에 잘해드리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영원히 살아 있을 것처럼 생각되었다. 병원에서 오래 누워계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후회가 남았다. 면회를 갈 때마다 오늘이 마지막이겠거니 그렇게 생각하며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 등을 사 갔었다. 하지만 결국 남은 건 후회 뿐이다. 왜 좀더 일찍 엄마랑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했을까 하는. 엄마와 함께 여행다니는 딸들을 보내면 늘 부럽다.

 

 

 

 

이번에 읽게 된 작품은 대만의 장례식장 직원으로 일하며 쓴 에세이다. 장례식장에서 일한다고 해서 무조건 슬플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꽤 유머스럽게 글을 썼다. 장례식장에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렸다. 요양보호사로도 일했던 저자는 반갑게 맞이하는 인사로 장례식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타박을 받기도 하지만 자신의 일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을 보였다.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냉동실에 보관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저자는 그 자신도 키 170cm에 몸무게 120kg이 나가는 뚱보다. 140kg이 넘는 시신이 들어와 곤란한 상황을 이야기하며 고도 비만 오타쿠들은 체중 감량을 할 것을 권한다. 시신을 보관하는 냉동실에 들어가지 않아 옆으로 누워 있어야 하며 관을 너무 크게 짜 화장터에 들어갈 수도 없을 만큼 그 처지가 불쌍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책의 느낌이 올 것이다. 슬픔만 있을 것 같은 장례식장의 상황들을 이처럼 유머스럽게 그렸다.

 

 

 

아무래도 장례식장에서 일하므로 죽은 자들과 함께 있게 된다. 대만의 특성상 불교를 믿는 사람이 많을 터다. 종이들을 정리하고 있던 할머니가 좀 도와달라고 하자 귀신인줄 알고 부리나케 도망쳤는데 나중에 장례식장에서 폐지들을 정리하고 있던 할머니였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죽은 가족을 위해 발인하기 전까지 매일 찾아와 복을 비는 가족이 있는 반면 자기를 키워주지 않은 부모에게 아무것도 해주고 싶지 않아 과자 상자를 들고와 유골함을 거기에 담아달라고 했던 아들의 사연도 있었다.

 

 

장례식장 직원들은 목매달아 죽은 시신을 '그네 타기', 투신 자살한 시신을 '피터팬', 부패가 심한 시신을 '헐크', 번개탄을 피우고 죽은 시신을 '검둥이'라고 부른다. 무겁고 심각한 사건들을 처리하는 동안 유가족들과 같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피터팬 시신이 들어온 건 왕따때문에 자살한 소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과거 엄마를 욕했던 아이를 때려 눕힌후 학교에서 왕따 당했던 일들을 떠올렸다. 죽은 아이의 시신에게 찾아가 위로의 말을 건넬 줄 아는 저자였다. 다만 얘기할 상대가 필요할 때 자신을 찾아 오라고 했다가 경비실에 있는 큰 뚱보를 찾아가라고 다시 말을 바꾸긴 했지만 말이다.

 

 

저자는 장례식장에서 일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부모는 자식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또한 죽은 자는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라는 중요한 진리를 깨달으며 자신을 키워주신 외할머니께 자주 안부 전화를 드린다고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는 장례식장에서 일하므로써 진정한 삶을 깨우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저자는 남겨진 사람들을 위하여 절대 자살하지 말라고 한다. 죽음후의 모습은 끔찍하다. 타인들에게 죽음이 발견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신은 부패하여 더 끔찍한 모습을 한다.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작품에서도 자살한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들을 말했었다. 다스슝의 작품에서도 시신을 수습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었는데, 어떠한 죽음이든 그 이후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르다는 거였다.

 

 

 

나는 늘 오늘만 생각하며 살고, 부자고 되고 싶은 마음도 오래 살고 싶은 마음도 결혼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단 하나 원하는 게 있다면 인생의 마지막 날 편안히 눈감는 것, 그것이 내 유일한 꿈이다.  (152페이지)

 

 

현재 혼자 거주하는 독거인들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독거인들의 죽음은 아주 나중에야 발견되는데 그때는 이미 부패가 심하여 벌레에게 파먹힌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어떻게 죽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저자의 말에 일리가 있다. 보고 싶은 것을 보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가고 싶은 곳을 가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뚱보인 저자는 살아 있을 때 맛있는 것, 색다른 것을 많이 먹어 두어야 텅빈 뱃속에 아쉬움만 가득 안고 죽지 않을 수 있다고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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