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럿 브론테가 쓴 『제인 에어』를 기억한다. 나도 한때 꽤 좋아했던 작품이었다. 좋은 작품들은 그것을 오마주한 소설들이 종종 나온다. 린지 페이의 『제인 스틸』도 『제인 에어』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물론 재해석하여 비슷한 면을 부각시켰으며,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에게 처한 상황들을 스스로 헤쳐 나간다. 막힌 부분이 있으면 그것을 과감하게 뚫고 가는 여성이다.
프랑스 예술가 출신의 병약한 어머니와 외삼촌의 저택 별채에서 살았던 제인 스틸. 엄마가 죽자 페이션스 숙모는 제인을 먼트 씨가 교장으로 있는 로완 브리지 학교로 보내려고 했다. 자신을 좋아하던 사촌 에드윈이 추행을 하려하자 밀쳤다가 그를 죽이고 만다. 두려움에 별수없이 로완 브리지 학교로 가게 된 제인은 그곳에서 교장 선생님을 칼로 찔러 죽였다. 교장 먼트 씨는 학교의 릴리베일 선생에게 음란한 편지를 보냈었고, 친구 클라크를 굶어죽이고 있었다. 클라크와 함께 런던으로 떠나게 된 제인이었다.
제인은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하이게이트 하우스를 자신의 집이라 여겼다. 그곳에서 어린 아이를 위한 가정교사를 구하고 있었다.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하이게이트 하우스로 달려갔지만 하녀였던 애거사도 없고 모든 하인들은 영국인이 아닌 인도인들로 바뀌어 있었다. 일곱 살의 사자라의 가정교사가 되어 말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말에 대한 지식과 다양한 것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하이게이트의 새로운 주인인 찰스 손필드의 푸른 눈에 반해버린 제인은 그곳에서 또다른 사건을 맞이하게 된다.
소설은 『제인 에어』의 문장과 함께 비슷한 스토리로 진행되는 것 같다. 『제인 에어』를 읽고 또 읽는 제인 스틸을 넣어 많은 부분이 비슷하게 여겨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었으며, 외삼촌의 집에 얹혀 살다가 사촌의 괴롭힘에 기숙학교로 가게 되었다는 스토리가 그렇다. 클라크(헬렌)와 진심어린 우정을 나누는 부분과 릴리베일(템플) 선생에게 마음을 여는 부분도 비슷하다. 단. 제인 에어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했으며 가정교사로서 자신의 커리어를 키워나갔고, 에어하우스(손필드) 저택에서 손필드(로체스터) 씨와 사랑에 빠지는 부분은 닮았다.
여기에서 소설은 찰스 손필드 씨는 인도인 사르다르 싱과 진정한 친구였으며 그를 집사로 채용하여 에어하우스 저택에서 사자라를 지키고 있었다. 인도 및 동남아 지역의 무역 및 식민지 지배를 위한 동인도 회사가 나온다. 사라다르 싱과 관련된 인도인들이 영국인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생각들을 전한다.
린지 페이는 제인 스틸을 꽤 적극적인 여성으로 그렸다. 찰스 손필드와 사라다르 싱이 처한 곤란한 상황도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자신이 직접 사람을 죽일 뿐만 아니라 해결하려고 한다. 제인스틸이 두려워하던 퀼페더 경위 또한 제인 스틸을 응원한다는 점이다. 사람을 죽였는데도 그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는 식이랄까. 이를테면 죽어도 싼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제인 스틸의 탄생에 관련된 진실이었다. 자신에게 상속된 유산이 있었으며 제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손필드 씨와의 사랑도 당연히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아무래도 『제인 에어』를 오마주했기에 그 이미지가 강했다. 샬럿 브론테의 소설에 스릴러를 입힌 느낌이었달까. 오래전에 읽었던 『제인 에어』의 기억이 가물가물해 다시한번 읽고 싶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아무래도 『제인 에어』를 읽고 싶어할 것 같다. 다시한번 제인 에어의 진취적인 여성상에 반하게 되지 않을까.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했던 제인 스틸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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