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마음
이두온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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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배경은 너른 평원이다. 사람의 흔적이라곤 찾을 수 없는 평원. 그 평원 속에 우리의 시선이 모아져 있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보느라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아마 영화속 장면처럼 펼쳐졌을 것이다. 스릴러 영화를 보는듯 소설속 장면이 펼쳐져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그들을 죽인 사람은 누구일까.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그러고보면 우리는 금지된 것들에 대한 욕망이 있는 것 같다. 살인이 일어났던 마을에서는 살인관광상품을 만들어 먹고 살려고 하고, 그 금지된 것들을 향하여 그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니. 연쇄살인범이 있을지도 모르는 마을에서 축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닌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금지된 곳을 향한다.

 

 

 

비말은 아주 작은 마을이다. 한때는 트레일러 기사들이 쉬고 가는 마을이었지만 고속도로가 생기자 마을은 점점 쇠락해 간다. 열일곱 살의 소녀 밴나를 엄마처름 품어 주었던 나조씨가 죽은 뒤 그가 남긴 다잉 메시지를 가지고 살인범을 찾고자 한다. 형이 죽은뒤 늘 벗고다니는 오기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려하지만 오기는 늘 자신의 문자에 제대로 대답한 적이 없다. 평원의 바위 위에서 불에 타죽은 시체가 발견된 뒤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경찰들은 평원에 다섯 구의 시체를 발견했다. 그리고 같은 살인범에게 죽은 것으로 보이는 나조 씨가 죽었다.

 

밴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은 다 미쳤다. 반면 마을사람들은 밴나를 미친 사람 취급한다. 방범대원이라는 밴나의 아버지를 포함하여 고모부도, 그밖의 마을 사람들도 모두 밴나의 말을 모른척한다. 소설은 연쇄살인범을 찾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아주 이른 시점에 연쇄살인범을 보여준다. 그가 가진 살인범의 내막을 보여주는데 독자는 일찍부터 그가 살인범 임을 알게 된다.

 

나는 연쇄살인범의 눈에 보이는 사불이라는 말에 신경이 쓰였다. 누군가를 죽이는 이유가 이처럼 별거 아닌 이유였다니. 그가 어떤 사람인지, 마을에 흘러 들어온 사정을 말했을때 굉장히 놀랐다. 다른 마을 사람들이 그 살인범을 몰라볼까봐 몹시 두려웠다. 자꾸만 그와 가까이하는 사람들이 신경쓰였다.

 

돈을 벌기 위해 살인관광을 다시 시작했을 때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용의자의 집을 공개하며 그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십대의 자녀와 아직 어린 자녀들이 입장료를 받으며 안내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몸서리처졌다. 야무리 돈이 중요하다고 해도 아이들을 내세우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어디 이것 뿐일까. 마을 사람들은 모두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마을 사람 전체가 합심하여 무언가를 숨기고 무언가를 도모하고 있었다.

 

 

 

살인마는 위장이고 축제는 눈속임이었을 뿐이지. 현실은 더 간교하고 잔인해. 살인마가 그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그자에게 희생된 사람들이 뭐 크게 문제가 되겠어? (337페이지)

 

 

 

몰입감이 좋고 짜릿한 소설이었다. 처음 읽게 된 이두온 작가의 작품이었지만 스릴러 소설로서의 굉장한 매력이 있었다. 소설의 전개도 마음에 들었고 마을 사람들이 감추었던 추악한 진실을 나타내었던 결말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왜 십대 소녀인 밴나의 시선으로 이 소설을 이끌어갔는지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한국형 스릴러의 새로운 작가의 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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