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클로이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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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클로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건 로맨틱한 감성이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로맨틱한 소설이 아니라는 건 아니다. 로맨틱한 소설이면서도 다름에 대한 편견과 시선에 대하여 말하는 글이었다. 프랑스 작가들 중에서 꽤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라고 하는데 정작 마르크 레비의 소설을 처음 읽게 되었다. 그 느낌은 오래 읽어왔던 것처럼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맨해튼 5번가 12번지의 아파트에 있는 수동식 엘리베이터를 운전하는 디팍이라는 인물과 9층에 거주하는 클로이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소설이다. 언젠가 영화속에서 보았던 수동식 엘리베이터를 본 적이 있었다. 유럽의 오래된 건물의 엘리베이터는 모두 그런 모양으로 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굉장한 느낌을 주었었다. 맨해튼 5번가 12번지의 아파트는 부유층이 사는 아파트 임에도 엘리베이터는 아직 옛것 그대로 수동식이다. 물론 수동식 엘리베이터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 운전해야만 하고 24시간 대기하여 주민이 호출시 운행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그들은 왜 아직도 전동식 엘리베이터로 바꾸지 않았나. 30년 넘게 근무했던 엘리베이터 승무원을 해고하지 않기 위해서였고 수동식 엘리베이터에 대한 애착 때문이었다. 물론 주민 자치 책임자는 전동식으로 교체하기 위해 자동화 설비 시스템을 몰래 사두었다. 어느 날 야간 승무원이 계단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생기고 주민들은 야간 승무원이 없어 외출 때문에 힘든 상황을 겪게 된다. 물론 주민대표는 이 것을 계기로 수동식 엘리베이터에서 자동식으로 교체하고자 한다.

 

아파트는 총 9층으로 한 층에 한 가족만 살고 있다. 엘리베이터 운행을 하며 산악인이 기록을 재듯 난다데비산 높이의 3천배를 수직 이동하는 꿈이 있는 디팍은 인도인이다. 아파트에는 매일같이 술이 취해 귀가하는 사람, 2층의 주민 대표이자 회계사, 앵무새를 키우는 노부인, TV 소리가 클 때는 늘 사랑을 나누는 부부, 마음씨 고약한 부부, 사고로 휠체어를 타는 9층의 클로이가 살아가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과 승강기 승무원인 디팍, 그리고 디팍의 조카(아내의 조카)인 인도인 산지가 사업 확장 때문에 미국으로 날아와 클로이와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소설에서 콜린스 부인의 귀걸이가 사라지고 사고가 난 리베라 씨를 대신해 야간 승무원인 산지가 인도인이라는 이유로 도둑으로 몰린다. 산지는 뭄바이의 최대 호텔인 팔레스 호텔의 대주주이자 스타트업 회사의 대표다. 그가 야간 승무원으로 근무하게 된 이유는 오로지 클로이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산지가 도둑으로 몰릴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물론 산지가 밤에 너무 피곤해서, 또 이튿날 아침에 미팅이 있어 콜린스 부인의 집에 스페어 키를 열고 들어가 자긴 했다.

 

 

 

산지의 피부가 갈색이라는 이유만으로 가난한 인도인으로 본다는 게 그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시선일지도 모른다. 또한 휠체어를 타고 있는 클로이는 사고가 있던 날의 시간 14시 50분으로 멈춰 있다. 사람들이 자기를 바라보면 휠체어를 바라본다고 생각할 정도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그 안에 갇혀있다. 공원에서 트럼펫을 부는 사람들 틈에서 산지와 클로이는 만나게 되는데 산지는 클로이를 휠체어에 탄 여자가 아니라 그녀, 클로이로만 바라본다는 것이 중요하다.

 

5년 전의 사고때문에 클로이는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있고, 아파트 주민들은 산지나 디팍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날이 서 있다. 전체적으로는 산지와 클로이의 사랑이 크게 차지하지만 그 속으로 들어가보면 다름에 대한 주제 의식이 강하다. 그럼에도 산지와 클로이의 로맨스가 다름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 여자, 클로이로 바라보는 산지의 애정어린 시선이 그녀를 비로소 자유로워지게 하였다.  

 

* 덧 ; 소설 뒷편에 마르크 레비의 엘르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는데, '아내를 홀리기 위해 소설을 쓴다'라는 작가의 말이 너무도 로맨틱하다. 또한 '그 인물을 죽이면 나 당신 떠날거야' 라고 경고성 멘트를 날려 작중 인물이 살아남기도 한단다. 그래서 이러한 소설이 나오는가 보다. 소설을 읽으며, 산지가 실수로라도 목걸이를 훔쳐간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라고 응원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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