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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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특수 청소를 하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기억나는 작품은 강지영 작가의 『하품은 맛있다』와 정명섭 작가의 『유품정리사』인데 모두 여성이 주인공이다. 일본 작가가 쓴 작품도 읽었던 것 같은데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 작품들을 읽으면서 생각한 게 살아가는 모습보다 오히려 죽음 이후의 모습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죽음이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커다란 빙산이다. 죽음 이후의 모습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죽음은 세상의 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작품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읽고 나서는 그 생각이 바뀌었다. 한낱 오물을 뿜어내는 그래서 온갖 구더기가 생길 수밖에 없는 존재거늘 너무 집착하고 욕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가 김완은 특수청소를 직업으로 삼고 있다. 죽은 자들 가까이에서 그들이 남긴 흔적들을 청소한다. 죽음의 냄새를 먼저 맡고 죽은 자가 남긴 흔적들을 청소하면서 삶과 죽음의 이면을 생각한다. 최근 일본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도 고독사가 끊이지 않는데, 고독사를 하는 이의 나이는 점점 어려진다는 것이 문제다. 일본의 경우 70~80대가 많은 반면 우리나라는 50대가 가장 많고 점점 더 나이대가 내려가는 수준이라 한다. 고독사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이다. 자신의 삶이 버거워 누군가를 챙기는것이 부담스러워 그런 것인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다양한 죽음의 현장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살 현장에서 발견한 캠핑장, 화장실 위 천장의 도시가스 배관에 목을 매고 스스로 목숨을 저버렸다. 모든 틈에 청록색 천면테이프로 꼼꼼하게 막아 밀실을 만들어 놓고 착화탄 여러개를 얹어 불을 피웠다. 그런데 그의 집 수거함엔 완벽하게 분리수거가 되어 있었다. 분리수거까지 마치고 모든 준비를 하였던 것일까.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 것 같다. 그리고 가난해지면 더욱 외로워지는 듯하다. 가난과 외로움은 사이좋은 오랜 벗처럼 맞대고 함께 이 세계를 순례하는 것 같다. 현자가 있어, 이 생각이 그저 가난에 눈이 먼 자의 틀에 박힌 시선에 불과하다고 깨우쳐주면 좋으련만. (47페이지)

 

가난이 중요하지 않다고 여길 자 누가 있으랴. 나는 아직 죽음을 생각할 만큼 가난해보지 않아서 그 마음을 모르는지도 모르겠다. 죽음의 현장에 갔을 때 태반이 전기요금 연체로 전기공급 제한 통지서나 도시가스 체납으로 공급을 제한하겠다는 안내문을 보았다. 가난은 사람을 궁지로 몰아가며 죽음을 부르는 것 같다. 

 

죽은 자가 남긴 쓰레기를 치우며 '내 삶에 산적한 보이지 않는 쓰레기를 치우는 것 같다' 라고 하였다. 수술용 글러브와 신발 덮개, 그 안에 신는 비닐로 만든 신발 덮개, 방진 마스크와 방독 마스크를 착용하고 쓰레기를 치우며 그곳에 살았던 이의 죽음을 생각하는 시간. 묵묵히 죽은 이의 흔적을 치우는 시간은 마치 고행을 하는 것과도 같다.

 

죽은 이가 남긴 흔적을 치우는 시간을 1장에서 그렸다면, 2장은 특수청소 일을 하며 느낀 점들을 말했다. 일할 때 괴롭지 않은지, 도저히 즐거운 점이라곤 없냐곤 물으면 딱 잘라서 그렇지 않다고 답할 수 있다고 했다. '벽지가 뜯겨 나가고, 장판 한 장 없이 오로지 시멘트 벽만 남은 집을 보면 그제야 어깨에 긴장이 풀리고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느낀다.' 라고 했다. 앞서 말했던 고행의 시간이리라.

 

네 평 남짓한 고시원 단칸방의 온 집안에 쓰레기 더미로 문을 열 수 없는 집에서 화장실에 가득 쌓여 말라붙은 똥 덩어리를 청소하는 장면에서는 특수청소의 어려움을 다시 실감했다. 고무장갑을 끼고 똥을 그러모아 봉지에 옮겨 담고 나서 화장실 청소를 마친후 느낀 점은 너그러워 진다는 거다. 평소 우울감에 시달려 단순하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화장실 청소를 추천하고 싶다. 그 화장실이 더럽고 끔찍할수록 더 좋다. (221페이지) 라고 하였다.

 

작가의 인터뷰에서 그에게 걸려오는 자살을 예고하는 전화를 받을 때 경찰서에 신고를 한다고 했다. 비슷한 이야기는 책에서도 언급되었는데 미리 죽음 이후에 치울 청소 비용을 물어본다든지, 착화탄으로 자살을 하게 되면 괴로움을 느낀다는데 진짜인지를 묻는 전화였다. 그 경우 어렵게 전화 위치추적을 하여 살려낸다고 하니 그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겠다.

 

저자의 말처럼, 죽음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묻는 행위를 비롯해 삶과 죽음의 의미와 이유를 알 수 있어 숙연해졌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죽음 이후의 우리의 모습들을 생각하는 귀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 삶이 힘들다고 여기는 분들,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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