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 작가의 작품을 몇 개를 읽었더라. 읽으면 읽을수록 반하게 되는 작가다. 작품이 재미있고 막힘이 없다. 더군다나 유쾌하게 여겨지기까지 한다. 더불어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어딘가에 이런 일쯤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마는 일들 같다.

 

 

전부터 읽고 싶던 책이었다. 민음사에서 나오는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를 좋아하기도 하고 책들이 예뻐 되도록이면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싶은 시리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정세랑 작가의 책을 몇 권 구매하기로 하면서 구매하게 되었다. 책을 보관해야하는 부담감은 없으나 역시 좋아하는 책은 종이책으로 갖고 싶다는 걸 다시한번 깨닫게 되기도 했다.

 

 

소설 속 주인공 안은영은 사립 M고 보건교사다. 안은영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으니 바로 퇴마사라는 것. 즉 귀신들을 보는 눈을 가졌다. 가방에 화장품 보다는 비비탄 총과 무지개색 플라스틱 장난감 칼을 가지고 다닌다. 안은영이 학교를 기웃거리는 이유는 학교에서 감지되는 그 무엇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다.

 

 

10편으로 된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이다.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건 다르지만 보건교사 안은영과 M고의 실제 이사장 이자 한문 선생인 홍인표가 나오는 건 같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었으며 매 작품마다 다른 주인공들이 나와 소설을 이끌어간다. 몇 년 전 요양원에 옴이 퍼져 시끄럽게 했는데, 학교에서 옴을 잡아 먹는 소녀, 인표가 가진 밝은 색의 아우라(인표를 보호하는 빛)를 뺏으려하는 원어민 교사, 다른 학교에서 여학생의 방석을 뺏어오면 수능을 잘 본다는 소리에 훔쳐왔으나 반 아이들 전체가 울고 있었던 일들. 모두의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안은영의 눈에는 보이는 것들의 사연을 말한다.

 

 

퇴마사의 역할을 하려면 홍인표가 가진 빛의 파동, 즉 그의 손을 잡으면 전해오는 힘을 가져 충전을 시키기도 했으며 소원을 비는 탑을 돌며 그들의 염원을 가져오기도 했다. 또한 주말마다 남산에도 자주 다녔는데 연인들의 사랑의 맹세를 해둔 열쇠를 만지면 충전이 되곤 했다. 남산에 열쇠를 걸어두신 분들 조심하시라. M고 안은영 보건교사가 당신들의 마음을 다 가져갔으니 당신들의 사랑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어릴적 자신에게만 보였던 정현을 만나러 놀이터에 가끔씩 가곤 하는 은영. 그녀는 정현에게 줄 과자를 사 가지고 가 함께 이야기를 한다. 은영보다 머리 하나는 컸던 정현은 어느새 은영보다 훨씬 작은 아이로 남아있다. 또한 유일하게 은영과 친구였던 강선이 찾아왔던 날, 그가 죽었음을 알았다. 왜 죽었느냐고 물어보지 못했던 은영. 은영에게 비비탄 총과 무지개 색을 발하는 장난감 총을 주었던 아이가 강선이었다.

 

그는 대형 크레인에서 작업을 하다 죽었다. 지금은 랜드마크 주상 복합이 된 그 곳에서. 아직 희미해지기 전의 강선은 은영의 학교 보건실에서, 교실에서 함께 놀았다. 하나의 트라우마로 남은 그곳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마치 상상 속에 일어난 일들처럼 말했다.

 

 

유머 스럽고, 유쾌한 소설이었다. 더군다나 학창시절을 보내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위트있게 그렸다. 지금의 학교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에로에로를 내뿜는 아이들에게서 일어나는 일들과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싸움을 그리는 내용은 유쾌해 지켜보는 이들, 특히 독자들을 즐겁게 한다. 할 수만 있다면  정세랑 작가의 책을 다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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