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아들은 공룡이 되고 싶다고 했다. 특히 티라노사우루스가 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를만큼 공룡에 심취해 있었다. 실물에 가까운 공룡 인형을 샀고 그 크기가 다양한 것들을 수집하였다. 여러 개의 공룡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숫자를 세기도 하며 공룡의 시대가 도래하는 세계를 노래하였다. 지금 그 아이는 커서 뭐가 되었느냐면 넷플릭스의 시트콤을 즐겨 보며 웃고 구제 옷에 빠져 있는 대학생일 뿐이다. 아마 많은 사내 아이들이 공룡이 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으리라. 아들과 18개월 차이나는 조카 녀석도 커서 공룡이 되고 싶다고 했었으니. 마치 성장의 한 단계처럼.

 

그러한 연유로 이 책이 궁금하였다. 공룡은 인간보다 더 앞서 지구에 살았던 존재다. 공룡의 화석을 둘러싼 희대의 사기극처럼 여겨져 공룡 사냥꾼들과 고생물학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알수 있겠다 여겼다. 그 생각은 적중하였다. 페이지 윌리엄스의 『공룡 사냥꾼』은 같은 출판사인 흐름출판에서 나온 커크 월리스 존슨의 『깃털 도둑』처럼 자연사 적인 면에서 굉장히 두드러진 책이다. 

 

과학에 문외한인 나는 공룡이라는 것이 인간의 상상의 산물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실제로 화석이 나타난 줄도 몰랐으며 다양한 지역에서 출토되는 공룡의 화석들에 대하여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듯 하다. 우리 나라에도 공룡 발자국이 새겨져 있는 장소가 있으며 아이들과 함께 찾아 갔었으면서도 인류 이전에 존재하였던 공룡을 그저 영화 <쥬라기 공원>처럼 상상의 세계라 여겼던 것이 조금 부끄럽다.

 

 

이 책에서도 나타났지만 영화 <쥬라기 공원>을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인디아나 존스>를 만들 때 박물학자인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를 참고하였을 거라고 했다. 많은 고생물학자, 화석 사냥꾼들이 이 책에 소개되었다. 물론 이 책은 몽골의 고비 사막에서 화석들을 수입하여 표본 복원작업을 거쳐 실물 크기에 가까운 공룡 화석을 경매에 내놓은 에릭 프로코피라는 인물을 통해 인류사적으로 중요한 자연사에 관련된 것들을 말한다. 화석들을 밀수출하여 미국으로 가져왔으나 그게 불법임을 알지 못하였고 그저 빚을 탕감할 수 있는 거대한 수입으로만 인식했다. 이 사건은 미국과 몽골의 국제 분쟁까지 일으켰다.

 

수영선수이기도 했던 에릭 프로코피는 어렸을 때부터 오래된 돌에 관심이 많았다. 바닷가에서 상어 이빨 등을 주워와 팔기도 하며 집에 화석들을 보관하는 창고도 가졌었다. 그저 화석에 관심을 가졌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성인이 되어 본격적으로 사업의 일환으로 여겼다. 두 명의 유명한 영화배우에게 티라노사우루스의 두개골을 팔며 거대한 수익을 올렸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사촌 쯤으로 여겨지는 타르보 사우루스 바타르를 복원 작업해 거대한 경매회사 헤리티지 옥션스에 올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몽골에서 발굴된 뼈를 돌려받고 싶은 몽골의 고생물학자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에릭은 빚더미에 오를 뿐만 아니라 감옥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

 

화석이 없다면, 지구의 형성과 역사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화석이 없다면, 46억 년이라는 지구의 나이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시기에 어떤 생물이 살았으며, 언제 죽었으며,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화석이 없다면, 자연사박물관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16페이지)

 

과거 1세기 동안 소련의 위성국이었던 몽골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 국가로의 발돋음을 시작했다. 척추동물 고생물학자이자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과학 학장인 마이크 노바첵을 방문한 사람에 의해 몽골 고비 사막에 대한 발굴 작업이 시작되었다. 땅 표면에 흩어져 있는 공룡의 뼈뿐 아니라 많은 양의 알과 알의 파편들이 엄청나게 많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발견과 더불어 대부분의 몽골인들은 팔아치울 수 있는 것들이 있는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에릭 프로코피에게 공룡의 뼈들을 판 이도 몽골의 투브신이었다. 화석들을 인부를 이용해 발굴하여 화석 사냥꾼들에게 많은 돈을 받고 팔았다.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었지만 그런 것쯤은 가볍게 무시했다.

 

몽골의 고비 사막은 자연사의 보고와도 같았다. 수많은 고생물학자들이 연구를 위해 고비 사막을 찾았고, 돈이 될 수 있는 공룡 뼈들을 긁어모아 사갔던 공룡 사냥꾼들은 표본 복원 작업하여 비싼 값에 되팔았다. 몽골의 공룡 화석들은 세계 곳곳에 퍼져 나가 마치 자신의 나라에서 발굴한 것처럼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되었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나라의 문화예술품들이 외국의 박물관에 버젓이 전시되고 있는 것들을 연상하게 한다. 하지만 발굴해 간 사람과 그것들을 사서 박물관에 기증한 사람들이 있어 그런지도 모른다. 수천 개의 화석이 여전히 미국, 러시아, 일본 등에 소장되어 있다. 몽골의 볼로르는 1920년대에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가 수집한 뼈를 포함해 모든 뼈가 몽골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또한 그러한 인물이 있었기에 비록 100년 대여 형식이지만 유물이 돌아온 전례가 있지 않는가.

 

고생물학자와 화석 사냥꾼의 이야기를 통해 공룡이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될 수 있었던 건 부인할 수 없다. 공룡의 두개골 뼈를 산 유명 영화배우의 실명이 그대로 드러난 것처럼 고대 화석을 향한 집착과 욕망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간에 나타나기 마련인 것 같다. 하지만 볼로르 같은 몽골인이 있었기에 티 바타르는 살아남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과학 분야의 책이라 어려우면 어떻게 할까라는 우려와는 달리 공룡에 대한 발굴과 그것을 되파는 화석 사냥꾼들의 집착과 욕망을 다룬 역사는 꽤 흥미로웠다. 마치 어드벤처 영화나 범죄 소설을 방불케하는 전개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겠다. 많은 몽골인들이 자연 화석을 지키려는 끈기와 의지를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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