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미야가와 사토시 지음, 장민주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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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사람에게는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은 짧을 수도 매우 오래갈 수도 있다. 결국엔 가슴 한켠에 묻어두고 그리워하는 수밖에 없다. 부모를 잃은 많은 사람들이 말하길, 살아계실 때 잘하라고 하지만 그때는 엄마가 영원히 내 곁에 계실 줄 알았다. 돌아가시고 나서야 그 말들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왜 사람들은 항상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일까.

 

아, 이런 제목이라니. 거부감 마저 들었다.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알겠으나 이러한 제목을 사용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책을 펼쳐 읽어가면서 조금쯤은 이해하게 되었다. 위암 말기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직 따뜻한 어머니의 유골을 만졌을 때 엄마의 작은 흔적이라도 갖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현재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종종 잊는다. 내 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부모와 언젠가는 헤어질 예정이다. 그 시기를 정확히 알지 못할 뿐이다. 저자가 엄마를 그리워하며 써 내려간 만화 에세이는 엄마를 잃고 슬픔에서 빠져나오는 과정 뿐만 아니라 어렸을 때의 엄마, 좀더 커서 엄마의 걱정스러운 잔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젊은 엄마와 저자의 모습을 비춰준다.

 

 

 

부모는 자식에게 끝없는 사랑을 주시는 분이다. 엄마가 암이라는 사실을 들었을때의 그 막막함보다 더한 아픔을 느끼는 게 또한 부모다. 저자는 이십 대에 혈액질환으로 투병했을 때 어머니의 헌신적인 간병으로 이겨내었다. 이제 반대로 엄마가 위암 말기로 투병을 하고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죽음을 달관한듯 말하던 아버지 또한 몹시 시들어가고 있었다. 문득 이 부분을 읽는데 아빠 생각이 났다. 엄마와 살아생전 사이가 좋지 않으셨던 아빠가 우시며 전화를 자주 하곤 하셨었다. 그럴 때는 나 또한 울음이 터져나와 함께 울곤 했었다. 이 책 읽기를 주저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울음이 터져나올까봐 걱정이 되서였다. 하지만 작가가 슬퍼하면서도 엄마와의 추억을 생각했듯 나 또한 그러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졌다. 함께 하지 못했던 많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일었다. 어쩔 수 없는 뒤늦은 후회의 감정이다.

 

점점 슬픔의 고통을 잊어가는 작가의 당부는 꼭 기억해야 할 말이다.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할수록 죽음에 대한 의미가 더해져 간다, 고 했다. 사소한 일로 엄마와 다투었다던가 하는 일도 다툴 대상이 없을 때는 그리운 법이다. 엄마와 함께 여행하는 주변 사람들을 바라 볼 때도 엄마가 그립다. 이는 엄마를 먼저 보낸 사람들만이 느낄 감정이다.

 

 

 

죽음을 생각해보라. 엄마와 아빠와도 언젠가는 이별을 한다. 우리 또한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죽음을 생각해보면 삶이 더 간절해진다. 누군가로부터 마음이 상했더라도 생각을 달리해보면 그저 스쳐가는 일에 불과할 수도 있다.

 

네 엄마는 언제나 네 곁에 있어. (26페이지)

슬퍼하던 작가에게 이모가 찾아와 건넨 말이다. 묘를 찾아간 사람들이 마치 생전의 엄마와 대화하듯 말하는 걸 보았을 때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의 내가 그렇다. 엄마의 유골이 묻혀있는 곳에 가면 가만가만히 엄마에게 말을 건넨다. 잘 있었느냐고. 나는 잘 지낸다고. 그러면서 다짐한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더 잘해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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