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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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한 케이블 방송사에서 <청춘시대>라는 드라마를 했었다. 여러 명의 여성이 함께 모여 사는 셰어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 혹은 삶에 대해 말하는 드라마여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로 인해 시즌2까지 진행되어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드라마 <청춘시대>가 여성들이 한 집에 모여사는 걸 말했다면 베스 올리리의 『셰어하우스』는 남녀가 함께 살아가는 내용이다. 물론 한 공간에서 살아가다보면 공식처럼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우리의 주인공 티피는 실용서를 주로 출판하는 편집자다. 아주 작은 출판사이며 거의 최저임금에 가까운 급여를 받는다. 캐서린의 코바늘 뜨기 책을 만들고 있다. 문제는 몇 번의 이별과 재결합을 반복하던 남자친구 저스틴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거다. 저스틴의 집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녀가 가진 돈으로는 런던에서 비싼 월세를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찾은 게 페이스북에서 발견한 셰어하우스 광고였다.

 

27세의 야간 근무 간호사, 평일 오전 9시에서 6시 사이에만 집에 있으며 나머지 시간은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평일 오후 6시부터 아침 9시까지 단돈 350달러다. 그가 남자라는 것이 조금 걸렸지만 서로 마주칠 일이 없으니 괜찮겠다며 수상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음식을 많이 하면 남겨 놓고 그 옆에 포스트잇으로 쪽지를 남겨 서로 소통했다. 남겨진 쪽지 위에 답장이 계속 쌓이게 되니 냉장고며 식탁, 화장실 등 포스트잇으로 도배가 되었다.

 

 

 

 

 

사람은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눠야만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다. 서로 글로 대화를 하다가도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아주 많다. 채팅으로 연애를 하다가 결혼하는 커플이 많듯 이들에게도 사랑이 찾아오는 건 당연하다. 리언 투메이에게는 케이라는 여자친구가 있지만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편해졌다. 말이 없고 단정한 침묵이 어울리는 야간 간호사 리언과 말이 많고 다정한 빨간머리 티피는 어쩌면 꼭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침대를 함께 사용하지만 실제로 만나지는 않은 관계, 그렇지만 서로의 옷 취향을, 음식 맛을, 서로가 가진 냄새를 알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티피와 리언의 시점이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 방식이다. 티피와 리언은 모르지만 독자들은 서로가 가진 마음을 알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리언이 집을 세 놓을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동생 리치의 변호사 비용 때문이었다. 자기가 하지 않은 일로 인해 감옥에 들어가 있는 리치는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리치를 꺼내려면 변호사 비용을 댈 수 있어야 했다. 리언이 티피에게 결정적으로 마음을 열게 된 이유도 리치를 대하는 티피의 태도와 말이었다. 케이는 리언이 쉬는 주말 리치에게 가는 게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리치의 말을 제대로 믿지도 않았다. 반면 티피는 리치에게 마음을 터놓고 그가 하는 말에 귀기울였다. 어떻게 하면 리치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사람에게는 이러한 다정함이 필요하다. 아무리 연인사이여도 가족에 대한 무관심은 견디기 힘들다.  

 

앞서 드라마 <청춘시대>를 말했었다. 그 드라마에서 예은(손승원)에게 남자 친구가 데이트 폭력을 가했었다. 이 소설에서 저스틴이 티피에게 가스라이팅(타인의 마음에 자신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한다는 것이다. 다른 여자와 약혼까지 했다면서 티피가 일하는 장소에 나타나 그녀를 자기 마음대로 다루려고 했다. 티피 스스로 저스틴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두 사람의 로맨스가 주를 이루지만 주변 사람들의 따스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리언이 과묵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에서 홀리를 대하는 감정, 그리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프라이어 씨에게 전쟁중에 만난 연인 조니 화이트를 찾는 과정은 실제로는 보기 힘든 일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일들을 리언은 말없이 한다는 거다. 그런 그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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