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의 초기작이 사회파 미스테리를 다루었다면 최근의 소설은 휴머니즘을 말한다. 그래서 자꾸 그의 소설을 찾아 읽는다. 그가 말하는 휴먼 미스테리를 보며 우리가 살아갈 방향을 생각한다.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의 정의를 말하는 소설을 읽으며 수많은 질문을 자신에게 건네고 있었다.

 

만약 여러분의 가족이 뇌사 상태에 빠져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살아 있다고 믿을 것인가, 죽었다고 여길 것인가. 무엇하나 딱부러지게 말할 수 없는 게 가족에게 닥친 비극 때문이다. 담당 의사는 심장은 뛰지만 뇌사 상태로 보이며 장기 기증에 대해 묻는다면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이혼을 합의한 부부에게 위기가 닥쳤다. 곧 초등학교에 입할할 미즈호가 수영장의 물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다. 너무도 가슴이 아픈 부부는 여러가지 생각을 거듭하게 되고 딸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장기 기증을 하기로 했다. 마지막 인사를 할때 마치 대답을 하듯 움직이는 딸의 움직임을 느낀 부부는 아이는 살아있다며 연명치료를 하기로 결정했다.

 

금전적인 이유때문에 이혼은 하지 않기로 하고 가즈마사와 가오루코는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뇌나 경추가 손상된 환자의 뇌를 연결해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던 회사의 직원 호시노의 도움을 받아 수술을 했다. 미즈호는 인공호흡기에 의지하지 않고 호흡을 할 수 있으며 움직이는 장치를 연결해 미즈호의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한다. 누워서 잠을 자는 것처럼 보이는 미즈호는 살아있는 것처럼 그렇게 가오루코의 보살핌을 받았다.

 

엄마인 가오루코에게는 그토록 소중한 딸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몇 년동안 누워 잠을 자고 있는 미즈호는 살아있는 상태인지, 죽었다고 봐야할지 주변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하기도 한다. 가오루코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미즈호의 담당 의사는 상태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뇌사 상태로 봐야한다고 말한다. 모두가 지쳐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연명치료에 대한 선택을 앞두고 고민한다. 자가호흡을 하지 못할때 인공호흡기를 끼어야 하는지, 심장이 멎었을때 심폐소생술을 해야할지 질문앞에서 여러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미즈호의 엄마인 가오루코의 선택에 공감을 하면서도 과연 미즈호가 살아있다고 봐야하는가, 다른 사람의 의견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그들의 의견에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장기기증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수많은 아이들이 장기 기증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이들의 장기 기증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아이를 두 번 죽이는 것처럼 여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역시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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