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클래식 컬렉션 세트 - 전4권 - 작은 아씨들 × 빨강 머리 앤 × 작은 공주 세라 × 하이디 걸 클래식 컬렉션
루이자 메이 올콧 외 지음, 고정아 외 옮김 / 윌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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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세계명작 동화를 사랑한 사람들은 지금도 그 기억때문에 작품을 다시 찾아 읽는다. 우리가 좋아했던 『빨강 머리 앤』 도 판본별로 소유하고 일 년에 한두 번쯤은 꼭 찾아 읽는 이유다. 거의 매년 한 번씩 읽는 편인데 올해엔 두 번이나 읽게 되었다. 물론 월북에서 나온 『걸 클래식 컬렉션 세트』 때문이다.

 

『걸 클래식 컬렉션 세트』는 소녀들이 좋아했던 작품만 엄선했다. 『작은 아씨들』, 『빨강 머리 앤』, 그 시절엔 『소공녀』로 통했던 『작은 공주 세라』, 그리고 알프스 소녀 『하이디』. 이렇게 네 권이 들어 있다. 이 작품 모두는 어렸을 적 매우 좋아했던 작품이고 애니메이션으로 혹은 영화로도 보았던 작품들이다. 세부적인 내용까지 모두 기억하는 작품들이라고 보면 된다. 

 

이번에 제대로 읽었던 작품이 『작은 아씨들』이다. 최근에 1994년작 위노나 라이더가 나오는 영화를 보았었고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도 읽었지만 그 후의 이야기가 나오는 책은 처음 읽은 것 같다. 그래서 두께가 900페이지를 훌쩍 넘는다. 예쁘게 생긴 큰 딸 메그와 남자애처럼 행동하는 조,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하지만 수줍어하는 베스 그리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막내 에이미까지. 아빠에게 작은 아씨들이라 불리는 네 자매의 이야기는 메그가 로리의 가정교사인 브룩 선생님과 결혼하고, 조는 신문사에 투고해 글이 실려 작가로 데뷔, 막내인 에이미는 돈 많은 친척의 도움을 받아 그림을 그리게 되는 이야기로 끝맺는 부분까지 읽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후의 이야기까지 나온다.

 

동화는 결혼하고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지만 실제 생활은 그렇지 못하다. 메그가 브룩 선생님과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을거라 예상하지만 아이를 낳고 서로 소원해지는 시기도 생기기 마련이다. 또한 조 마치가 옆집 사는 부잣집 손자인 로리랑 결혼할 것 같지만 도무지 결혼생각이 없는 조는 로리를 그냥 친구로만 생각한다는 게 문제다. 1부가 동화였다면 2부는 현실이라고 해도 되겠다. 그걸 극복하는 게 우리의 삶이란 걸 표현한 작품이었다.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마치 양'이라고 불리면서, 긴 치마를 입고 과꽃처럼 칙칙하게 살아야 한다니 딱 질색이야. 난 남자애들이 하는 놀이와 일이 좋고 남자 같은 태도가 좋은데, 여자답게 살라고 하니까 미치겠어. 남자로 태어나지 않은 게 한스러워. (『작은 아씨들』, 22페이지) 

 

이래서 나는 『작은 아씨들』 중에서 조 마치가 좋았다. 미래의 남편에게 기대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개척했던 시쳇말로 걸 크러시인 인물이어서였다.

 

오래전 기억때문인지 우리가 『소공녀』라는 제목으로 읽었던 『작은 공주 세라』를 가장 먼저 읽었다. 최근에 박신영 작가의 책에서도 언급해서 그런지 다시 읽고 싶은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부잣집의 딸로 어려움없이 자란 세라가 아버지가 돈 한 푼 남겨주지 않고 죽었을때도 자기보다는 오히려 며칠은 굶어보이는 아이에게 빵을 건네줄 줄 알았던 마음 착한 소녀였다.

 

'듣지 못해도 느낄 수 있다'는 게 세라의 생각이었다. "창문과 문과 벽이 있어도 다정한 생각은 그 너머까지 전달돼. 이 추운 날 내가 여기에 서서 아저씨가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고 다시 행복해지기를 빌면, 아저씨는 영문도 모른 채 마음이 푸근해지면서 위로를 받을지도 몰라. 아저씨 때문에 마음이 아파." (『작은 공주 세라』, 199페이지)

 

이런 마음을 품고 있었기에 아버지의 친구가 살아와 하필이면 세라가 머물고 있는 민친 학교 옆집으로 이사 왔으리라. 자기 먹을 것을 생쥐에게도 나눠주는 아이였으니 원숭이에게도 먹을 것을 건네주고 하룻밤 재워줄 수 있었던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 착한 아이가 어디있겠냐만 오래된 동화속 공주들은 늘 착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는 사실 어릴적에 보았던 애니메이션의 클라라와 하이디가 함께 알프스의 언덕을 오르던 장면만 기억할 뿐이었다. 이번 책을 읽으며 하이디가 이모와 함께 할아버지를 찾아오는 장면과 자연속에서 마음껏 뛰어다니던 하이디를 만날 수 있었다. 더불어 하이디가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클라라의 말동무로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집을 그리워하는 장면들이 애틋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집에 가고 싶어요. 제가 여기 있으면 눈송이가 울테고 그래니도 저를 보고 싶어하실 거예요. 여기에서는 해님이 산에게 밤 인사를 하는 것도 볼 수 없어요. (『하이디』, 132페이지)

 

『하이디』에서 오는 사람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라는 게 중요하다. 하이디가 향수병에 걸려 우울해하고 있을때 클라라의 아버지나 의사 선생님이 집으로 보내게 해주는 것도, 슬픔에 휩싸인 의사 선생님이 알프스의 언덕에 와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던 것도, 클라라가 휠체어에서 벗어나게 된 것도 알프스의 대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이었다.

 

읽을 때마다 다른 사람의 시점에서 읽게 되는 게 『빨강 머리 앤』이다. 이번엔 책 속의 문장들에 파고 들었는데 다시 읽어도 역시 좋다. 『빨강 머리 앤』은 책 속에 삽입된 애니메이션 속 앤의 그림들이 좋은데, 이번 책엔 없어 조금 아쉬웠다.

 

그 순간 마릴라는 깨달았다. 심장을 찌르는 격심한 공포속에 앤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를 깨달았다. 마릴라는 자신이 앤을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많이 좋아한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하지만 언덕을 정신없이 달려 내려가는 동안 이제 자신에게는 앤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빨강 머리 앤』, 289페이지)

 

다이애나 배리의 지붕 용마루를 걷다 떨어진 앤을 발견한 뒤의 마릴라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매슈 아저씨가 그랬듯 마릴라도 처음부터 앤이 마음에 들어 블루웨트 부인에게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 누구보다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었던 앤이었다.

 

 

 

 

마릴라가 마음을 열고 사랑하게 된 어린아이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이제 키 크고 눈빛이 진지한, 이마에는 신중함이 드러나고 고개는 꼿꼿하게 든 열다섯 살 소녀가 있었다. 마릴라는 그 어린아이를 사랑한 것처럼 이 소녀도 사랑했지만 기이하고 서글픈 상실감은 어쩔 수 없었다. (『빨강 머리 앤』, 384페이지)

 

누구나 그러지 않을까. 애니메이션 속에서도 훌쩍 큰 숙녀의 모습으로 변한 앤보다 처음 그린게이블스로 왔던 앤의 모습을 더 좋아하지 않을까.

 

동화책 소녀들은 왜 그렇게 고아들이 많았는지 모르겠다. 『걸 클래식 컬렉션 세트』에서 마치 가의 소녀들만 부모가 있었고, 앤이나 하이디, 세라는 차례로 고아가 된 소녀들이다. 하지만 작품 속 소녀들은 모두 용기를 가졌다는 것이 중요하다. 좌절하지 않고 꿈과 희망을 지녔으며 가난해도 기죽지 않고 품위를 지키려 했다는 거다.

 

어딘가에 돈 많은 부모님이 존재할 것 같았고, 실은 네가 공주라는 환상을 품었던 어릴적 시절로 돌아가게 만드는 책이다. 우리가 사랑했던 동화속 소녀들과 함께 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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