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서른, 세계여행 - 현실 자매 리얼 여행기
한다솜 지음 / 비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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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앞두고 있다. 늦은 여름 휴가다. 평소 패키지로만 다니다가 작년 동생네 가족과 함께 대가족이 모여 홍콩 여행을 했었다. 겨우 34일간의 여행이지만 무척 좋아 이제부터는 자유여행으로만 다니겠다고 다짐했다.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유럽의 어딘가로 가고 싶지만 여의치 않아 올해는 태국의 치앙마이로 결정했다. 비행기 표 가격을 보다가 가장 저렴할 때 예약을 했고 현재 좌석 선택까지 마친 상태다. 가족이 함께 머물 호텔을 예약했고, 단체 톡에 어디를 가고 싶은지 갈 곳을 몇 개씩 꼽았다. 일단 가족들이 가고 싶은 곳을 정한 상태에서 근처의 카페도 다녀오자고 말을 마친 상태다.

 

누군가 그랬다. 여행은 여행지에서보다 오히려 준비하는 시간이 더 설렌다고 말이다. 장소를 정하고 비행기를 예약하고 났더니 두근거린다. 얼른 떠나고 싶어서. 비행기 예약을 한 시점부터 한 달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견디나 싶을 만큼 간절하게 떠나고 싶다.

 

 

그래서일까. 우연히 메모장에서 버킷리스트를 발견했다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 여행을 하게 된 서른 살 한다솜이 그의 여동생과 함께한 여행기는 꿈꾸었던 유럽 여행에 대한 간절함을 더 했다. 여행이 시작되기 전 준비단계에서부터 자세하게 적혀져 있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척 유익한 정보였다.

 

 

서류 체크리스트와 여행지 그리고 교통비 등을 상세하게 적었다. 물품 체크리스트를 적고 날씨에 따라 두꺼운 옷을 피해야 하는 이유로 언제 떠나야 저렴한지, 어느 나라를 갈 것인지를 정해 그 코스대로 움직였다.

 

 

 

여행은 모든 것에서 한발 물러나 차분한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꼭 필요한 시간이다. 다른 사람을 알아가는 데 필요하듯 나를 알아가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나 자신을 집중해 바라본 끝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약한지를 알게 될 것이다. (6페이지

 

떠나는 일 그 자체보다도 떠나기도 한 결정이 나를 제일 먼저 변하게 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원래 떠날 정해놓으면 준비하고 기다리는 이 시간이 너무 좋지 않은가. (21페이지)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나 보다 더 깊은 내면의 나를 마주하기 위해서 떠난다. 가족과 함께 여행할 경우에는 다른데, 평소에는 함께 식사할 시간도 부족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짧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함께 여행을 가다보면 우리 가족 외에는 혹은 함께 여행한 사람들 외에는 온통 낯선 사람들뿐이다. 함께 음식을 먹고 어딘가를 다니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다. 그렇다보면 평소에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하게 된다. 현재 그리고 미래의 꿈을. 때론 다독거리면서 때로는 이렇게 하면 어떻겠냐면서 의견을 묻는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해야 하므로 감정이 상할 때도 있지만 여행이란 건 함께 하는 사람과 서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법이다.

 

 

'내가 행복해하고 좋아하는 시간을 많기 갖기가 나의 여정을 가장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125페이지)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들과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 여행의 힘든 일정을 견디며 나는 생각보다 멘탈이 강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다. 회사에서 일할 때는 난 이런 상황은 견디지 못할 거야하고 나 자신을 낮게 평가했다. 어쩌면 그것은 그 상황을 회피하기에 급급하고 도전하지 않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세계여행을 통해 진정한 나의 모습을 알고 나서부터는 나 자신에 대한 평가가 높아졌다. (417페이지)

 

 

 

작년 홍콩 여행을 하며 느낀 거지만 여행이란 건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다. 마카오에 위치한 호텔들이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어 입구와 출구가 카지노를 통해 들어가고 나와야 하는 구조다. 우리 가족 중에서 만21세 미만이 둘이나 있었다. 카지노 입장 제한 나이 때문에 카지노를 통해 나가지 못하고 출구를 찾는데 애먹었다. 호텔에 온 사람들을 카지노를 거쳐 나가도록 카지노 외 출구를 교묘하게 숨긴 탓이다. 홍콩으로 가는 페리를 겨우 탔던 경험으로 여행에는 역시 예상 밖의 일이 생긴다는 걸 안다.

 

 

 

한 자매의 여행 사진을 보면서 느낀건데, 여행 시작 부분에서는 얼굴이 살짝 달라 보였었다. 7개월 정도 함께 여행을 해서인가. 여행 막바지의 사진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는 사실이다. 마치 쌍둥이처럼. 자매의 사진을 보면서 누가 언니였던가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단발머리에서 어깨를 닿을 정도로 머리가 길게 된 동생 한새미나와 언니 한다솜이 미소까지도 닮아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이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고 듣고 먹고 마셨기 때문이 아닐까. 

 

215일 동안 24개의 나라, 54개의 도시를 여행한 한 자매의 여행기를 읽으며 몹시 부러웠다. 꿈꾸고 있지만 (과연 현실의 일이 되려는지 알 수 없지만) 꿈을 꾼다는 것만으로 행복하지 않겠나. 힘들고 지치겠지만 가고 싶었던 나라의 장소를 섭렵한다는 것만으로도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겠다 싶다. 다솜, 새미나 자매가 용기를 내고 도전을 했듯 나에게도 용기라는 것을 주고 싶다. ', 떠날 수 있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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