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만약 작가가 열여섯 이라고 하면 여러분은 책을 읽어볼 생각이 있는가 질문하고 싶다. 나 같은 경우 읽지않고 패스한 경험이 있다. 천재작가라는 수식어가 붙었다고 해도 나와 감정의 접점이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다가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열여섯 살의 어린 천재작가라는 수식어를 뒤로 하고 엄마와 딸의 이야기라는 데서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읽기 시작했던 작품을 쏙 빠져 읽게 되었다.

 

열두 살의 다나카 하나미는 초등학교 6학년이다. 엄마와 단 둘이 사는 모녀 가정인데 주인집 아주머니가 집세를 많이 받지 않아 그곳에서 꽤 오래 살고 있다. 비록 마트가 끝나는 시간에 반값 할인 스티커가 붙여진 음식들을 사다 먹지만 나름 행복하다. 다만 엄마는 하나에게 아빠의 이야기를 절대 해주지 않았다.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해서 만났는지. 사진 한 장 찾을 수 없었다. 자기 아빠는 범죄자가 아닐까 생각했다. 범죄자가 그려진 포스터를 자세히 살펴보기도 했다. 아빠를 궁금해하니 엄마는 무언가 알려주고 싶어서인지 낡은 사진 한 장을 가지고 와서 보여주었다. 오래된 사진이었다. 주인집 아저씨 사진을 가져와 보여주고는 아줌마와 함께 깔깔거렸다.

 

다나카의 엄마는 그런 엄마다. 밥을 아주 많이 먹지만 까맣고 마른 몸매를 가졌다. 건설 현장에서 여자는 단 한 명뿐인 곳에서 노동일을 하며 돈을 벌어 온다. 다른 아이들은 사립학교를 준비하기 위해 학원을 다니지만 하나는 노는 게 일이다.

 

 

 

몇 꼭지로 이루어진 작품에서 하나와 엄마의 관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다른 가정보다 돈이 없어 드리밍랜드에는 갈 수 없지만 엄마의 사랑을 받고 자란다. 엄마와 하나의 사정이 안타까웠던 주인집 아줌마는 큰 마트를 경영하고 있는 가자마 씨를 소개해 주었고,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주어서 고맙지만 재혼은 안할 생각이란 말에 하나는 자기가 엄마의 재혼에 걸림돌이 될까봐 어딘가로 사라질 생각을 갖는다. 애초에 하나가 걸림돌이 된다면 결혼같은 건 아예 하지도 않을 거라는 엄마의 말을 들었음에도 어쩐지 슬프다.

 

이 장면을 읽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물론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부모도 있기 마련이다. 하나의 엄마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하나의 엄마가 건설 현장에서 힘들게 일을 하는 것도 하나와 잘 살기 위해서다. 하나를 위해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했던 거였다.

 

슬플 때 배가 고프면 더 슬퍼져. 괴로워지지. 그럴 때는 밥을 먹어. 혹시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슬픈 일이 생기면 일단 밥을 먹으렴. 한 끼를 먹었으면 그 한 끼만큼 살아. 또 배가 고파지면 또 한 끼를 먹고 그 한 끼만큼 사는 거야. 그렇게 어떻게든 견디면서 삶을 이어가는 거야. (266페이지)

 

어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지만 오히려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생각을 한다고 볼 수 있겠다. 돈이 없어도 엄마만 있으면 행복하다는. 비록 마음껏 먹지 못하고 하고 싶은 것도 못하지만 자기를 사랑하는 엄마가 있기에 가능하다는 거였다.

 

 

 

 

굉장히 어려운 삶을 살 것 같지만 하나와 엄마는 행복하다. 소설의 마지막 편의 「안녕, 다나카」에서 미카미 신야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하나를 꽤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립초등학교 시험에서도 떨어지고 사립중학교 시험에서도 떨어져 좌절하는 신야에게 하나와 하나의 엄마의 관계가 행복하게 보여 부럽기만 할 뿐이다.

 

 

이 또한 보는 사람에 따라,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가족과 함께 있고 싶지만 엄마의 강요에 의해 멀리 떠나는 신야나 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하나에 대한 부러움. 그럼에도 새 학교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신야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는 걸 보여주었다. 결국 희망을 말하는 소설이다. 타인이 보기에는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산다고 여길 수 있음에도 내가 행복하면 된다는 거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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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6 14: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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