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여섯 살의 엠마 슈타인은 아빠의 사랑을 갈구한다. 엄마 아빠 침대로 숨어들지만 그럴때마다 아빠의 짜증섞인 목소리를 듣는다. 엠마의 벽장속 요정 아르투어가 아니었다면 소녀는 무척 슬펐으리라. 그녀를 달래주는 아르투어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 정신과 의사가 된 엠마 슈타인은 정신병 강제치료법에 대한 학회 참석후 호텔방에서 이발사로 불리는 연쇄살인범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성폭행범은 엠마의 머리를 밀었고 그후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이발사는 금발 머리의 여성의 머리를 밀고 살해하였던 것. 연쇄살인범이 자기에게도 찾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엠마는 집 안에서만 기거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편배달부의 방문을 받았고 그로부터 이웃집의 소포를 받아줄 수 없느냐며 부탁을 해와 거절하기 곤란했던 엠마는 그의 부탁을 들어준다.

 

하나의 소포가 엠마를 다시 악몽으로 몰아넣었다. 범죄심리분석가로 일하는 남편은 늘 출장중이고, 호텔에서 성폭행을 당한 후 어릴적 악몽 즉 아르투어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증거도 찾을 수 없었던 경찰 때문에 자기가 악몽을 꾼건지 상상에 불과했던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어릴적 트라우마는 완전히 치료하기는 힘든 일인 것 같다. 28년이 지나 성인이 되었음에도 충격적인 일 때문에 다시 악몽을 꾸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소포를 받은 후 개가 쓰러지고, 남편이 출장길에 다시 찾아왔을 때 소포가 사라지는 등 그녀를 혼란스럽게 했다. 그리고 누군가 집안을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피에르 르메트르의 소설 『웨딩드레스』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녀를 혼란스럽게 하고, 자꾸 악몽을 꾸게 하는 것, 혹은 망상을 하는 것이 누군가의 의도하에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것 말이다. 물론 실제로 일어나는 일임에도 그녀가 망상을 하고 있는가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을 의심했다.

 

모든 추리소설이 그렇듯 결말은 아주 놀랍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 많은 사건이 피해자의 가까운 사람에게서 일어나지 않는가. 일단 제 일의 용의선상에 올려두어야 할 사람이 남편 임은 말할 필요도 없고. 그가 범죄심리 분석가라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남편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물론 결말 부분에 가서 엠마의 의심을 받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결말 부분을 읽고 났더니 좀 씁쓸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사랑한다는 미명하에 그런 일을 벌인단 말인가.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소위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어떨 때는 가족도 믿지 못하지 않나. 꿍꿍이를 가지고 가족이 되어 누군가를 살해하려는 생각을 갖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이 소설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문제는 믿었던 사람을 더이상 믿지 못하게 되었다는 게 아닐까. 다른 소설에서처럼 엠마가 살해범 혹은 성폭행범을 찾아가는 게 아닌 경찰에 의해 밝혀냈다는 거다. 나는 여타의 소설처럼 좀더 능동적인 여성 주인공이길 바랐다. 이렇게 엠마를 나약하게 그리다니 다음에는 좀더 능동적인 여성을 그려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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