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결혼을 준비하며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요리책이었다. 열몇 권으로 된 책. 컬러판으로 되어 간단한 레시피가 적혀 있어 해보지 않은 요리하는데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요리책 특성상 여러 요리를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꽤 간단한 설명으로 되어 있다. 이것을 다 이해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해보기는 하지만 요리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으면 불가능한 요리가 되기 때문이다. 요리를 할 때 여러 번 참고했다. 지금은 인터넷 요리 블로거들이 많아 그들의 레시피를 참고하기도 한다. 사진과 함께 요리의 과정을 꽤 상세하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맨부커상 수상 작가에게도 요리는 필수적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를 하는 작가라니. 어쩐지 까칠하다기보다는 다정한 작가인것만 같다. 에세이에서 말하길 저자는 요리책을 이천 권 가량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책장의 한 면을 요리책으로 채운 작가. 요리를 하기 위해 요리책을 보고, 책 속의 레시피를 따라 해보다가 이해할 수 없으면 책을 쓴 저자에게 전화로 확인까지 한다고 했다. 물론 현학자가 요리해주는 그녀의 친구였기에 가능했을 터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소설가의 경우 130여 페이지의 소설을 읽어보고 의견을 달라고 했을 때의 곤혹스러움을 알면서도 레시피에서 이해되지 않을 경우 전화로 물어볼 수 밖에 없는 심정을 토로하고 있었다.

 

 

 

더불어 요리책을 고르는 방법까지 말한다. 열 가지의 조언을 하는데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조언은 '텔레비젼 뉴스 프로그램 진행자가 자기가 좋아하는 요리의 비결을 알려주는 책은 사지 말 것'이라고 했다. 최근의 이슈는 음식과 요리다. 텔레비젼의 수많은 채널에서 요리를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유명한 셰프에서부터 골목길에서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 또 한 배우는 셰프들과 함께 요리를 하며 그들을 가르친다. 함께 만든 음식을 평하고 맛있게 먹는 장면을 보며 따라해보고 싶어하기까지 한다. 실제로 그 배우는 요리책을 내기도 했다. 이웃 분 중의 한 분도 이 책을 읽고 요리를 만들어보고 책의 이점을 말했다. 이 분 책은 예외로 두어야 하나.

 

최근에 본 영화 중의 하나가 <줄리 & 줄리아> 였다. 전설의 프렌치 셰프 줄리아와 그녀의 요리를 만들어 블로그에 올리는 줄리의 이야기였다. 요리에 대한 열정과 상황 그로 인해 성장해가는 이야기가 따스했다. 요리라는 게 그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에 저절로 감동하게 마련이다. 사랑하는 그녀에게 줄 요리를 하는 줄리언 반스의 글을 읽는데 그 영화가 떠올랐었다. 마음을 다해 요리를 만들고 함께 먹으며 마음을 전해 받는다. 

 

 

 

작가의 까칠함이 돋보였다. 요리에 대한 열정이 컸고,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요리를 해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엿보여 그의 까칠함이 따스함으로 변했다. 책장 한가득 요리책을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요리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지만 요리를 썩 잘한 것 같지는 않았다. 

 

손님을 초대해놓고, 노예처럼 일해서 지친 주인 보다는 상점에서 산 것을 우리가 만든 것처럼 보일 필요도 있다고 했다. 메인 요리는 라자냐를 샀고, 에피타이저와 디저트만 직접 만들어 대접했다는 거다. 그때 손님으로 왔던 이가 라자냐가  맛있었다며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했다. 작가는 뻔한 재료를 열거하고 레시피를 말해 넘어갔다고 했다. 까칠함 속에서 발견한 위트였다.

 

성실한 요리는 평온한 마음, 상냥한 생각, 그리고 이웃의 결점을 너그럽게 보는 태도(유일하게 진실한, 낙관의 형태)를 은밀히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요리는 우리에게 경의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 (193페이지)

 

음식 재료를 준비한다. 두툼하게 썬 돼지 목살을 준비하고, 거기에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한다. 버터와 월계수 잎을 넣고 목살을 굽는다. 다른 한쪽 프라이팬에는 껍질을 깐 감자와 양파, 소금물에 한 번 데친 브로콜리에 약간의 소금과 후추를 뿌려 약한 불에 구워 식탁에 내놓는다. 뜨거운 밥과 함께 먹는 가족들을 보며 행복을 느끼는 것. 그게 요리를 하는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요리를 책으로 배우는 작가의 소중한 일상에서 그리움을 느껴진다.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엿보여 어쩐지 뭉클해지기까지 한다. 누군가의 소중한 일상이 이처럼 요리에 대한 글로 나타나 우리를 즐겁게 한다. 작가와 우리의 경험을 동일시하며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한다는 것에 대한 감사를 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