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고주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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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를 알게 된 게 김신회 작가의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라는 에세이였다. 몇 컷의 만화에서 자신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글들이어서 많은 분들이 공감했던 책이었다. 나 또한 기회가 되면 진짜 보노보노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번에 나온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는 한 권으로 묶은 보노보노 베스트 컬렉션이다. 한 컷씩 이어지는 만화와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무척 아기자기하게 이어진다. 각자의 성격에 맞게 너부리는 까칠하게, 포로리는 귀여움으로, 보노보노는 푸근함으로 우리의 마음을 열게 한다.

 

큰 제목으로 이어지는 에피소드는 각자 읽어도 좋고, 함께 이어 읽어도 좋다. 어느샌가 잃어버렸지만 옛날에 갖고 있던 물건들을 떠올린다고 하자. 모양이 예쁜 돌 같은 경우 부서지게 되면 조각조각 흩어지고 만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기 때문에 십 년이 지나도 백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은 물건으로 남는다. 우리가 추억이라고 부르는 물건이 되는 것이다.

 

 

 

 

나는 걷는 게 좋다. 시간만 있으면 밖으로 나가 걷고 싶고, 좋은 장소를 누군가와 함께 걷는 걸 좋아한다.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편안하게 쉬는 것 보다는 내가 보지 못한 장소를 찾아다니고 싶다. 저녁에 피곤하더라도 욕심을 내게 된다.

 

 

보노보노는 포로리에게 '걷는 건 왜 재미있는 걸까?' 라고 묻는다. 다리를 번갈아 가며 내딛기 때문에? 풍경이 움직이기 때문에? 걷는다는 건 좋아하는 곳에도 갈 수가 있기 때문일까. 너부리에게도 물어보지만 특별한 답을 찾지는 못한다. 특별한 해답이 필요하지도 않다. 걷는 게 재미있는 건 좋아하니까 좋은 거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지 않을까. 누군가와 자꾸 만나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은 건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거다. 왜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한참을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특별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보노보노처럼 그 사람의 어떤 것이 좋다기 보다는 그저 그 사람이 좋아서 그런거다.

 

 

까칠한 너부리는 자기의 꼬리를 떼어버리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왜 떼어버리고 싶냐는 동물 친구들에게 꼬리 따위 없어도 죽지 않기 때문이란다. 우리집 고양이 같은 경우 꼬리로 말을 한다. 자기의 이름을 부르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외출했다 돌아오면 꼬리로 다리를 휘감아 자신의 냄새를 묻힌다. 우리집 고양이를 생각하며 너부리의 꼬리 역할은 뭘까, 잠깐 해보았었다. 꼬리가 불쌍하다고 했다가 네 몸의 일부이지 않느냐며 달랬다가 떼어낸 꼬리를 동물 친구들이 괴롭히면 화나지 않겠냐며 말리는 보노보노와 포로리를 보며 그저 웃게 된다. 결국 족제비 아저씨를 찾아가 꼬리를 떼려 하지만 장난으로 꼬리를 자르려는 아저씨의 속임수에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도 모른다.

 

홀로 있다는 건 외로움일까. 그러고보면 주변에서 혼자 지내는 사람이 꽤 많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혼자 지내게 되는데 제일 걱정되는 것이 쓸쓸하지 않을까. 외롭지 않을까다. 우리 사회 전체에 1인 가족이 많아 오죽하면 혼밥, 혼술 등의 언어까지도 나온 상태다. 식당에 가도 혼자서 밥을 먹는 사람에게 편한 탁자와 식탁이 있다. 이용자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서 여행하게 되면 홀로 밥 먹는 게 상당히 눈치 보이는 일이었는데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되었다. 아빠가 아끼는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보노보노와 친구들의 물건 찾기에서 보노보노가 바다에 홀로 서 있는 장면에서 느낀 감정들이다.   

 

 

책 속에는 감기에 걸린 것 같은 보노보노가 너부리에게 감기 낫는 법을 묻는 장면도 재미있다. 미소베 개미를 먹으라는 둥, 그물풀 뿌리를 먹으라는 말을 듣는다. 가장 웃긴 건 너부리 아빠의 감기 낫는 법이다. 감기를 미워하고 미워하고 몸이 타들어가듯 뜨거워질 때까지 미워하라는데 이런다고 감기가 낫나.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우연찮게 감기가 나았다는 걸 발견하는 보노보노. 역시 감기란 시간이 지나면 낫는다는 거. 그런 말도 있잖은가. 약 먹으면 2주, 그냥 쉬면 15일이면 낫는다고. 많이 쉬고 잘 먹으면 낫는다는 게 정답이다.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한 사람과 만난다면 어떨까. 자기와 똑같이 생긴 동물들을 찾아 헤매는 보노보노와 포로리, 너부리는 과연 만날 수 있을까. 보면 어떤 기분일까. 마치 거울을 보는 듯 똑같은 모습을 발견하면 반가움이 먼저 들까. 자기와 닮은 동물들을 찾는 과정이 그려진 게 마지막 에피소드였다.

 

느리게 걸으며 걱정이라고는 없는 보노보노와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에 빠져 있다보니 어느새 다 읽었다. 삶이란 내가 종종거리며 애달파해도 똑같은 속도로 지나간다. 내 마음의 시차때문에 빠르게 여겨지기도 느리게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다. 보노보노처럼 산다면 걱정거리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마음은 여유로워지고 걱정 같은 건 하지 않으며  매일매일이 즐거울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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