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수를 죽이고 - 환몽 컬렉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0
오쓰이치 외 지음, 김선영 옮김, 아다치 히로타카 / 비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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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문학이 나한테 맞지 않다고 얘길 하는데도 이렇게 재미있게 읽혀지는 걸 보면 그렇지도 않는 모양이다. 물론 추리 형식의 문학이기에 그럴수도 있겠지만, 소설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느냐에 따라 호감도나 몰입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겠다.

 

환몽 컬렉션은 총 일곱 편의 소설로 4명의 작가가 쓴 글이다. 짧은 소설이라는게 안타까울 정도로 재미있었다. 어디선가 본듯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색달랐다. 그리고 여러 작가의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읽는다는 게 좋았다.

 

소설 중에서 오쓰이치의 「염소자리 친구」가 가장 좋았다. 지대가 높은 주택이어서 바람길로 통하는 곳이라 그런지 마쓰다의 베란다엔 온갖 것들이 들어왔다. 어디선가 강아지가 나타난적도 있을 정도였다. 어느 날엔 4개월 뒤의 신문 조각이 들어오기도 했다. 그러니까 미래의 신문이란 거. 신문 조각을 숨겼지만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마는가.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같은 학교 학생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죽인 사건이었다. 문제는 마쓰다의 학교 같은 반 아이였다는 거. 와카쓰키 나오토는 눈이 크고 몸이 가늘어 여자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 아이가 괴롭힘을 당하므로써 나한테까지 오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다는 게 슬픈 일이다. 소설 속 내용 중에 '와카쓰키 나오토가 희생양이 되어 준 덕분에 내가 무사했다'라는 표현이 있다. 괴롭힘을 당하는 와카쓰키가 안타까워도 그 화가 나에게 올까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이의 심리였다.

 

마쓰다는 살인을 저지른 와카쓰키와 친구가 되기로 마음 먹고 자수하기 전까지의 유예시간을 함께 한다. 여기에서 탐정처럼 사건의 재구성을 한다는 것이다. 소설집 속의 주인공들이 거의 고등학생인 경우가 많은데 마쓰다의 날카로운 시선이 빛났다. 환몽 컬렉션이지만 우리 주변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친구라는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양심이 무너지는 것 또한 어느 한순간이라는 것을 보여준 씁쓸한 내용이었다.

 

 

 

 

 

일본의 대지진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소설도 있었다. 야마시로 아사코의  「트랜스시버」라는 작품이었다.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들은 주로 꼬추, 찌찌 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용 장난감인 트랜스시버로 아들과 함께 놀아주었었다. 그가 회사에 간 사이 지진이 일어 아내와 아이가 죽고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아이의 장난감을 발견하고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 것이다. 마치 드라마  「시그널」와 비슷했다. 저세상에서 신호를 보내오는 아이와 그 소리를 들으려 날마다 술을 마시는 아빠. 눈물이 나올만큼 뭉클했다.

 

야마시로 아사코의 또다른 작품  「어느 인쇄물의 행방」도 인상적이었다. 인체 실험을 하는 연구소에서 폐기물을 소각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주인공이 겪는 감정의 변화를 말한 작품이었다. 연구소 직원이 가져온 폐기물을 소각하는 업무일 뿐인데 페이가 상당히 쎄다는게 의아했다. 폐기물 박스를 가져오는 연구원과 친해지고 우연히 폐기물 박스의 안을 살피게 된 그녀, 사람의 인체를 3D 프린팅한다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인간성의 문제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들의 하나의 생명으로 봐야 하는 가. 아니면 실험물체로만 봐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연구소 직원들의 자살에 있지 않을까.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우리 마음에 달려 있다고 본다. 뭔가 찝찝하거나 불편한 것은 그 일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일본 소설은 참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새삼스럽지만 또 놀랬다. 인간의 몸으로 만든 악기와 그것을 연주하는 파티, 이런 것을 소설로 다룰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상상력도 가능할 것이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묻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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