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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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출근을 안하는 주말 혹은 공휴일의 사치 하나는 집안 가득 커피 향기를 내뿜으며 커피를 내리거나 홍차 한 잔을 마시며 책을 보는 일이다. 날씨가 춥지 않은 날에는 소파에 앉아 읽는데, 지금은 주말마다 어딘가를 돌아다니는 통에 집에 있을 때면 오전 시간을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읽는다. 그럴 때면 얇은 소설 한 권을 다 읽기도 한다. 
  
최근 텔레비젼만 틀면 나오는 것이 음식을 만들거나 먹는 장면들이다. 어딘가 여행을 가게 되어도 음식을 먹는 건 필수다.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다니거나 직접 해먹거나 굉장히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바쁜 생활들 속에서 무엇을 먹느냐가 큰 관건인 모양이다. 최근의 나는 적게 먹되 맛있는 음식을 먹자는 주의인데 평일에는 적게 먹어도 여행을 떠나게 되면 무척 많이 먹게 된다. 그래서일까.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먹는 일이 중요하다. 
  
더군다나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직접 만드는 사람은 음식에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 식당에 가서도 어떤 건 맛있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심하게 까탈을 부린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한데, 모리 마리가 그런 경우다. 자신의 요리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다. 외국에서 오래 살았던 경험으로 많은 요리들을 맛 보았기에 외국의 음식과 일본의 음식의 차이에 대해서도 주저하는 바가 없다.  
  
에세이를 읽는데 저자가 자주 만드는 음식의 양념들 중에서 간장과 식초, 겨자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의 음식과는 물론 다르겠지만, 간장과 식초, 겨자를 넣어 음식의 맛이 제대로 나올까 싶다. 하지만 저자가 하는 요리는 음식 고유의 맛이 살아있다는 것일 테다. 양념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저자 모리 마리는 나쓰메 소세키와 더불어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 모리 오가이의 딸이다. 아버지에게 무척 사랑받았던 저자는 무척 부유하게 살았고,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기 보다는 하녀에게 부탁해 먹는 정도였다. 두 번의 이혼으로 가난해진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유리를 좋아한다는 저자는, '차가운 음료를 넣은 유리컵을 손에 들 때의 서늘함과 무게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플라스틱 컵은 싫어할 정도를 넘어서 미워한다고 까지 말했다. 비슷한 경험을 해서일 거다. 누군가는 유별나다고 말할 수 있는데, 나 또한 커피를 마실 때 카페에서 머그컵이 아닌 종이컵에 주면 무척 싫다. 커피의 뜨거움이 오래도록 컵에 남아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뿐더러 종이컵의 특유한 냄새가 커피 맛을 없애는 게 싫은 것이다. 술을 마실 때도 종이컵 보다는 유리컵에 마셔야 하고.

저자 또한 까칠함을 넘어서 그 음식점이  싫다고 직접적으로 말한다. 싫은 건 싫은 것이다. 레스토랑에서 포도주를 물에 섞어 마시길 좋아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물만 마신다는 저자는 고급 포도주는 집에서만 마신다고 했다. 자기의 가난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파리의 싸구려 하숙집의 습관 때문에 그렇다고 했는데 물을 섞어 마시지 못하는 것이 몹시 유감이라고도 했다.  
  
내 안에서 많은 시는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내 안의 시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금 말한 청결한 느낌의 생활 속에서도 왔다고 생각한다. 깨끗한, 담채화 같은 장소에, 직접적인, 야생의 장소에, 시는 여기저기에 있다.
(115페이지)
  
우리 인간이 예전에는 틀림없이 가지고 있던, 우리와 동류였던 동물들의 날카롭고 유연한 직감은 지금 극소수의 인간 안에만 살아 있다.
(170페이지) 
  

어렸을적 이야기 혹은 친구들, 이혼한 남편 가족의 요리와 관련된 이야기 들을 담은 글들이다. 요리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작가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계를 그렸다. 따스하기 보다는 약간은 건조한 문체였다. 그럼에도 독특한 작가의 생각과 신념을 알 수 있었다. 나름 유쾌하게 여겨진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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