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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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련 영화가 우리나라에 많은데 비해(물론 내가 일본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 경찰 소설은 일본에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다. 내가 읽은 것과 읽지 않은 것의 차이일 수도 있다. 미스테리 소설이라고 하면 한국 추리문학 보다는 일본문학 혹은 유럽, 영미 문학을 더 읽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걸 밝혀두고 싶다.

 

제목부터가 고독한 형사의 뒷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책 속 표지는 여성의 모습이 아련해 보이지만, 이 소설 속 내용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다고 본다. 다르게 생각하면 어울릴수도 있겠다. 내가 크게 관심갖지 않고 보았던 어떤 관계를 나타낼 수도 있다는 거.  

 

구레하라 동부경찰서 폭력단계 신참 형사 히오카가 새로 왔다. 그의 선임은 오가미 형사. 폭력단계에서 잔뼈가 굵은 경찰서 내에서도 함부로 건들수 없는 형사다. 또한 야쿠자로부터 돈을 받아 수사비로 쓴다는 비리 형사로 찍히기도 했다. 그와 함께 야쿠자들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을 조사하게 되는 게 이 소설의 골자다. 우리나라도 오래전에 폭력단체를 대대적으로 일망타진한 적이 있었다. 1990년대 노태우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 을 선포했던 것 같은데 이 소설 또한 비슷한 시기다. 1988년 우리나라로 치면 88 올림픽이 일어나던 해의 폭력단과의 전쟁을 다뤘다.

 

야쿠자를 일망타진하려면 야쿠자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구조를 알아야 하고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제대로 기억해야 한다. 즉 형사들은 기억력이 좋아야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오가미를 따라 다니며 수사 방법을 배우는 히오카. 부당한 수사 방법을 사용하지만 문제 제기를 할 수 없었다.

 

야쿠자 산하의 대부업체 직원이 실종 신고 되고, 그가 소속된 구레하라 금융을 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거대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이 중간에서 그들을 상대로 자유자재로 어느 누구를 치게 하고, 어느 누구를 지키게 하려는 오가미의 행동이 마치 본인이 야쿠자에 소속된 듯 하다. 우리나라 형사들도 폭력배의 뒷배를 봐주기도 하고, 그곳에 정보원을 심어 두고 정보를 캔다고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일본의 형사 또한 다르지 않다.

 

어떤 야쿠자의 부두목 같은 경우는 학교 친구인 적도 있어 야쿠자의 돈을 받는 듯한 장면을 포착한 히오카의 의심을 사게 된다. 그러거나 말거나 히오카를 자신의 수제자처럼 데리고 다니며 형사로서의 모든 수사 기법등을 알려주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와중에 14년 전 미결 사건의 용의자로 오가미를 지목하는 투서가 날아들고 신문사의 기자가 오가미의 뒤를 캐기 시작한다. 소설은 새로운 급물살을 타게 된다. 오가미가 아키코의 남편을 죽인 가네무라를 죽인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가네무라를 죽인 것인가. 우리나라 같은 경우 폭력단이 쇠파이프를 가지고 세력 다툼을 하는 걸로 나와 있는 데, 소설 속 일본 야쿠자들은 총을 휴대하고 있다가 발포를 하기도 했다. 사람 죽이는 걸 우습게 알며 두목을 위해 아랫사람이 감옥에 가는 걸 영광으로 아는 건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았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나왔던 '범죄와의 전쟁'의 일본 버젼 같기도 했다. 물론 그들을 일망타진하려는 경찰들의 이야기라는 게 다르다는 것일 뿐. 소설 중간에 히오카의 사건 일지가 챕터별로 삽입되어 있는데, 이는 소설의 결말 부분에 가서야 일지의 향방이 드러난다. 생각지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소설은 다시 시작되고 있음을 알렸다. 고독한 늑대 시리즈의 탄생이랄까. 고독한 늑대 이야기가 계속 될 것이고 그는 또 폭력단계에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꽤 탄탄한 경찰소설이었다. 경찰 소설의 백미로 일컬어지는 사사키 조의 경관 시리즈를 보는 느낌이었다. 여성 작가인데 남성 작가처럼 여겨지는 글을 썼다.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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