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의 겨울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5
토베 얀손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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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토베 얀손의 『무민의 겨울』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폭염의 기세를 말하지 않을 수없다. 한 달여 가까이 30도가 웃도는 요즘이다. 에어컨 설치 기사는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바쁘게 지내고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어컨 가동은 하는데 누진되는 전기요금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른다. 동남 아시아 어느 나라에 여행갔을때 들은 말 중의 하나가 그 나라에서는 한 달 내내 에어컨을 켜도 월 4~5만원 전기료를 낸다고 해서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산 밑에 살고 있어서 일 년에 에어컨을 한 번도 켜지 않은 때도 있었는데, 올해 한반도의 날씨는 연일 폭염 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북유럽을 여행하신 어떤 분의 말을 들었는데, 핀란드의 여름 평균 기온이 20~24도 정도 되었던 데 반해 올해는 30도를 웃돌고 있다고 했다. 빙하가 녹아 폭포수처럼 쏟아졌다는 말씀에 앞으로 우리 후대의 자손들이 살아야 할 지구인데 하며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이상 기온으로 온 지구가 뜨겁다. 이럴 때 읽어주면 제맛인 도서가 바로 짜릿함과 등골의 서늘함을 동시에 안겨주는 추리소설을 읽는 것인데 이상하게 올 여름엔 제대로 된 추리소설을 맛보지 못한 느낌이었다. 다른 또 하나, 한겨울의 눈이 펑펑 내리는 이야기를 읽는 것인데, 토베 얀손의 『무민의 겨울』의 겨울이 마침 적당한 소설이었다.

 

 

무민의 이야기는 처음이다. 무민 인형은 많이 구경했지만 말이다. 어른을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무민의 이야기에서 어른이든 아이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는 것은 커다란 자산이라는 것을 배웠다.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경험해 보지 않았던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울지라도 그것에 맞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성큼 성장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무민 골짜기. 무민의 가족 모두 전나무 잎을 잔뜩 먹고 겨울잠에 빠져 꿈을 꾸고 있을 때, 우리의 주인공 무민이 갑자기 눈을 뜨게 되었다. 꽃피는 봄은 아직 멀었건만 어떤 이유에서 눈을 뜨게 되었다. 다시 잠들지 못했다. 엄마를 깨워봐도 깨어나지 않았다. 무민은 스너프킨의 편지를 읽었다. 따뜻한 봄이 오는 첫날 만나자는 편지였다. 스너프킨을 만나러가면 봄이 올까. 무민은 스너프킨을 찾아 집을 나섰다.

 

숲은 아주 고요했고 무엇 하나 움직이지도 않았다. 이따금 나뭇가지에서 커다란 눈 더미가 땅으로 툭하고 떨어지곤 했다. 그러고 나면 가지만 잠깐 흔들릴 뿐, 온 세상이 금세 다시 생기를 잃었다. (25페이지)

 

무민의 모험이 시작되었다. 눈이 내리는 겨울 동안에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여름 동안 탈의실로 썼던 곳에 있던 털 달린 동물, 자신에게 스키를 가르켜주겠다는 투티키, 수줍음을 타는 뾰족뒤쥐를 보고 싶지만 무민의 앞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잠을 자고 있던 미이의 침낭을 다람쥐가 털을 뽑는 바람에 누더기가 되자 미이도 깨어났다.

 

외로운 손님들이 무민의 집에 찾아왔고, 얼음 여왕이 다녀간 뒤로 무민 골짜기에 먹을만한 것이 없어 수르쿠와 미이에게 엄마가 만든 잼을 나눠주었다. 늑대의 울음소리를 들은 수르쿠는 자기 형제들이라며 늑대가 있는 곳을 향하여 발걸음을 뗐고, 무민의 집에 온 작은 손님들은 딸기잼으로 당분간 버텨야 했다.

 

새해가 되어 처음으로 눈이 내리자 난생처음 눈 내리는 모습을 본 무민은 깜짝 놀랐다. '눈이 이렇게 오는구나. 땅에서 자라는 줄 알았는데.' (131페이지) 라고 중얼거린다. 이제 겨울도 좋다며 무민은 눈 더미에 풀썩 드러누웠다. 

 

 

이제 나는 다 가졌어. 한 해를 온전히 가졌다고. 겨울까지 몽땅 다. 나는 한 해를 모두 겪어 낸 첫 번째 무민이다. (154페이지)

 

무민에게 겨울은 새로운 세상이었다. 생전 처음 눈을 보았고, 눈이 땅 속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행복한 꿈만 꾸었던 겨울잠을 자는 동안 느끼지 못했을 추위와 배고픔을 이겨낼 수 있었다. 골짜기의 가장 경사진 높은 꼭대기 까지 올라가서 스키를 타는 헤물렌을 모두가 싫어해 외로운 산에 갇히길 바랐을 때 그 산은 위험하다고 말할 줄도 알게 되었다. 장점만 가질 수는 없다. 마치 꼬리처럼 따라오는 게 단점일 수도 있다.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진 존재들이기에 무민은 헤물렌에게 마음을 열 수 있었다. 난생 처음 겨울잠에서 깨어난 무민의 모험가득한 이야기였다. 무민의 성장 이야기로도 비춰진다.

 

무민이 경험한 눈 내리는 풍경, 꽁꽁 언 차가운 바다에서 수영하는 무민의 친구들. 아주 간절하게 봄을 기다리는 장면들이 우리가 가을을 고대하는 것과 같았다. 먹을 것이 풍부하지만 뜨거운 태양 아래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으며 손 시려울 정도로 매서운 겨울 바람이 차라리 낫겠다 싶은. 무민의 겨울 이야기는 이처럼 봄에 피어난 꽃과도 같았다. 새로운 경험과 도전이 무민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가진 것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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