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에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국어였다. 새학기가 되어 새 교과서를 받으면 국어 교과서부터 펼쳐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훑었다. 교과서에 수록된 모든 문학작품, 시를 읽었고, 부분만 있는 작품에 애타했었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국어 교과서에 실린 문학 작품들을 읽고 외워 지금까지 선명하게 기억할 것이다.
반가웠다. 우리가 읽었던 작품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지도 궁금했고, 다시 읽으면 어떤 감정일까도 궁금했다. 내가 읽은 부분은 고대 가요, 향가, 고려 가요 편이다. 그 이름도 익숙한 공무도하가에서부터 구지가, 서동요, 제망매가, 청산별곡 등 친숙한 가요들에 이야기를 입혔다. 더군다나 어린 학생들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게 삽화까지 곁들여있다.
아이들 어릴적 동화들을 읽어줬는데, 읽어주며 가장 즐거웠던 책들이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였다. 그래서일까 마치 동화를 읽는 듯 즐겁게 읽었다. 기록으로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시 '공무도하가'에 대한 이야기부터 쏙 빠져 읽었다. 술에 잔뜩 취한 채 호리병을 들고 바다에 빠진 백수광부와 그를 구하려는 여인, 메고 있던 공후를 풀러 남편을 위해 마지막 연주를 하던 장면들이 그림으로 표현되었다. 아름답지 않은가.
님이여,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님은 그만 강을 건너고 말았네.
강에 빠져 돌아가시니,
이제 그만 그 님을 어이하오. (26페이지, 공무도하가)
고대 가요나 향가, 고려 가요 등이 사람들에게 알려진 건 구전되기 때문이었다. '공무도하가' 또한 백수광부와 아내의 슬픈 사연을 남편 곽리자고의 아내가 그 노래를 지어 이웃 여인에게 들려주었고 마을 사람들에게 들려주라고 해 널리 알렸다. 우리 민족의 문학 작품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중국의 고대 가요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하니 그 의미가 큰 작품이다.
어렸을 때부터 '서동요'에 얽힌 이야기를 상당히 좋아했다. 그래서 드라마로 방영되었을때도 챙겨보곤 했었다. 상상만 해도 재미있는 이야기다. 백제의 서동은 신라 서라벌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선화공주를 사모해 아이들을 시켜 노래를 부르게 하다니, 어쩌면 지금의 로맨스 소설과 똑같지 않나. 다른 사람과 혼인할래야 할수 없지 않겠나.
선화공주님은
남몰래 시집가서
서동 서방을
밤이면 몰래 안고 간다. (106페이지, 서동요)
훗날 백제의 무왕이 되기도 한 서동의 이야기였다. 얼마전에 신문에서 본 뉴스 기사 하나가 있다. 선화공주와 무왕이 미륵사를 지었다고 알려졌었는데 발견된 유물에서 선화공주가 아닌 다른 이름의 부인이었다고 나왔었다. 삼국유사에 실려있는 설화는 그저 전해진 이야기였을 뿐이었을까.
쉽게 쓰여져 있어 누구라도 읽기 편한 고전문학 작품 해설서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이 망라되어 있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읽으면 문학 수업에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일반인이 읽어도 무방하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다.